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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파트 공공보행통로, 법적 근거 완비해야 한다

입력 2023-11-13 14:29 | 신문게재 2023-1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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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외부인 출입통로를 차단해 마찰을 빚고 있다. 재산권 행사 등의 이유에서다. 통행, 보행하던 길이 어느 날 갑자기 철제 울타리(펜스)와 보안 문에 막히면서 사유재산과 공공보행통로에 대한 논란이 확산 중이다. 배달 때 신분증을 맡기거나 출입 카드를 받는 등의 복잡한 문제까지 파생한다. 범죄, 소음, 아파트 시설 무단사용, 혹은 쓰레기 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위반 건축물을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금지’를 결행하는 입주민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

이 경우, 갈등 해소가 어려운 이유는 공공보행통로가 공공성과 주민의 안전 두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의 대지 안에 일반인이 보행통로에 이용하도록 조성된 개방 통로라 해서 관할 구청의 시정 명령 끝에 경찰에 고발하고 법원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해관계가 충동할 때 공익과 사익의 조화는 더 어렵다. 입주민과 주민 불편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공동체 회복이 단기간 강제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24시간 개방된 통로가 배려와 통합의 공간이고 애초에 지구단위계획에 들어 있어도 구속력만으로 통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 벽돌 담장과 옹벽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한때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낡은 아파트에 주로 적용했던 담장허물기 사업과 결은 다르지만 한 가지 해법은 들어 있다고 본다.

현행 체계에서 ‘펜스’ 설치는 증축·개축·대수선에 들어간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이 맞는다. 그러나 아파트 내 공공보행통로 관리 규정이 법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공공보행통로 조성 후 인허가를 내준 뒤에 적극 개입할 근거는 사라진다. 현 체제에서는 관할 구청이 입주민 측과 활발히 조율하는 게 상책이다. 서울시가 법 개정 전에 선제적으로 제도 정비를 했지만 사후 구속력은 약하다. 지금 상태로 주거문화의 관행을 만들어 나가긴 힘든 구조다.

아파트는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공적인 배려를 이유로 입주민 평온을 심히 저해해서도 안 된다.

‘불법 펜스’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입법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런 내용을 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대표 발의돼 있기도 하다.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단지와 인근 주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부인 출입 차단 시설은 구축 아파트에도 해당된다. 법적 정비 등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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