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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체가능 일자리 최대 398만개…의사·변호사도 위험군”

입력 2023-11-16 14:00 | 신문게재 2023-11-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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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최대 14%인 약 398만개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사와 회계사, 변호사 등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가 AI로 대체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AI 시대에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등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16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한지우 조사역은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이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명은 AI 기술에 의한 대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한 결과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하면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4%인 약 398만 개로 늘어난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포함됐다. 직업 세분류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상위 19%), 자산운용가(상위 19%), 변호사(상위 21%)의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자(상위 86%), 성직자(상위 98%), 대학교수(상위 98%), 가수 및 성악가(99%)는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일자리들이라는 설명이다.

임금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다. 이는 고졸 이하의 저학력, 중간소득 근로자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정보통신업의 무선 네트워크, 제조업의 장비·모니터링 솔루션 등에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은 예상대로 AI 노출 지수가 낮게 측정됐다.

연구팀이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도입이 지난 20여년 간(2000~2021년)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산업용 로봇은 노출 지수가 10%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이 12%포인트(p)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5%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는 노출 지수가 10%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은 7%p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2%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도입된 이후 관련 일자리가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 점에 비추어볼 때 AI 역시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AI의 영향력이 A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AI 노출 지수가 10% 높을 경우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이 2%p 낮아질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전반적인 노동수요 증가 및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생산성 효과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대체효과는 특정 그룹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우리 사회가 AI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는 근로자들의 적응력과 정책 디자인에 좌우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나 동시에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가 큰 폭 늘어날 것”이라며 “AI는 반복적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기에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오삼일 팀장은 “AI 기술이 업무와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다주지만, 소비자 후생 감소, 이윤 독점 심화 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며, “AI가 적절한 규제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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