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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고운 극장집 딸, 맘씨 고운 극장 사장 됐죠"

[나이를 잊은 사람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이사
"고향 같은 극장 만들고 싶어"

입력 2014-11-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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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아12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극장 앞에서 고은아 대표가 서 있다. 그는 1999년부터 남편 고 곽정환 대표를 대신 서울극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고은 아이라고 방송작가 한운사 선생이 지어준 예명이에요.”

 

고은아, 그녀는 극장집 딸이었고 배우였으며 제작사 사장의 아내였고 극장 대표기도 하다. 관객을 직접 만나는 동양극장 집 딸로 태어난 고은아는 1965년 ‘난의 비가’에 전격 캐스팅되면서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지금은 서울 종로에 있는 서울극장 대표이며 사회적 기업 ‘행복한나눔’의 이사장이다.



◇ 세월의 흔적,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영화 ‘카트’를 단체 관람하러 온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떠들썩하며 극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사람사는 모습이잖아요. 사람도 많고 경비도 심한 멀티플렉스라면 볼 수 없는 풍경이죠.”

오징어, 군밤, 쥐포 등 군것질거리가 즐비한 거리, 군침을 돌게 하는 냄새를 뚫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세련된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사이 숨어있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978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서울극장’이다.
 

1980년7월25일_중앙일보무법자광고_서울극장개관
1980년 7월 25일 서울극장 개관 - '무법자' 광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곳에서 만난 고은아 대표는 서울극장과 많이도 닮았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세월의 더께가 오히려 정겹고 고맙다.

2015년 영화배우 데뷔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고은아 대표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배우’로서의 수식어가 창피하다”고 하지만 영화 ‘갯마을’ 속 슬픔과 우수에 젖은 눈빛은 여전히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배우는 젊은 시절 추억이에요. 가끔 예전 작품을 보면 새로워요. 제목조차 기억 못하는 작품도 많죠. 그때는 동시에 10개가 넘는 작품을 찍곤 했어요.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지 가끔 헷갈릴 정도였죠. ‘갯마을’은 20살 때 찍은 작품으로 저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4년은 ‘합동영화사’ 창립 50주년이다. 지금은 거물급 배우 박중훈이 배우 지망생이던 시절 들락거리며 청소를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곳이다. 고(故) 곽정환 대표가 1964년 창립해 무수한 작품을 제작하며 한국영화 산업을 이끈 대한민국 1호 영화사다. 19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서울극장으로 개명했고 아내인 고은아 대표가 199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배우가 되고 훌륭한 제작자를 만나 결혼을 했어요. 그러다 남편이 운영하는 극장을 운영하게 됐죠. 아쉽게도 서울극장이 과거만큼 명성을 이어가진 못하지만 멀티플렉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있어요.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어른까지 편하게 영화를 즐기고 가는, 마치 고향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 나눠서 행복한 삶, 닮고 싶은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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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안 갤러리에서 고은아 대표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세월의 옷을 입어 더욱 돋보인다.(사진=윤여홍 기자)

고은아 대표를 부르는 또 다른 수식어는 사회적 기업 ‘행복한나눔’이사장이다. 


“처음엔 기독교적 신념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현재는 30여개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될 만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죠. 매년 용산 역사에서 열리는 행복한나눔 바자회 행사는 올해도 12월 4일 열립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아무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 대표는 노인과 어른, 그 경계는 ‘기본 지키기’라고 강조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는 모습들을 많이 봐요. 제가 젊은이들이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는 고집스러운 노인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노인이 아닌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요. ‘저렇게 늙었으면…’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누구도 나이 드는 것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고은 그녀가 말한다.

“어느 날 정말 화장도 못할 지경이 되었을 때 원래 제 모습과 너무 차이나는 건 싫어요. 65살 때부터는 염색도 안 해요. 맨 얼굴이었을 때도 별 차이 없이 늙어가는 것, 제가 원하는 나이듦이죠.”

‘정중동’(靜中動).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누는 그녀는 이름만큼이나 곱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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