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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0세 은퇴 후 '내 인생 살기'… 체력 다할 때까지 스포츠 도전"

[나이를 잊은 사람들] '좋아하는 것'에 이끌려 익스트림 스포츠 즐기는 65세 박승우씨

입력 2015-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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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 씨가 자신의 취미생활이 담긴 사진들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권성중 기자)

  

“좋아하는 일이라면 힘든 줄도 모르죠. 돈이나 명예에 대한 잡념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습니다.”

금성전자 가전제품 수리기사였던 20세 청년은 45년 후 스피드 스케이터와 패러글라이더가 됐다. 올해로 65세인 박승우 씨의 이야기다. 환갑을 넘어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일과는 여느 직장인 못지 않다.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지구에서 만난 그는 막 운동을 마치고 들어온 듯 달아오른 얼굴이 30세 청년을 연상시킨다. 박씨는 현재 스피드 스케이팅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3~4번씩은 오전마다 아이스링크에 가 스피드 스케이팅을 즐기고 온다고 한다. 회원들의 강습은 박씨의 몫이다.

“환갑이 넘은 아저씨가 스케이트를 탄다고 하면 모두들 머리를 갸우뚱하다가도 빙상트랙을 한 바퀴 도는 모습을 보고 나면 놀라곤 하죠. 회원들(특히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많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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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박승우 씨의 모습. (박승우 씨 제공)

 

스피드 스케이팅과 함께 즐기는 그의 취미는 패러글라이딩이다. 박승우 씨는 시간과 날씨가 허락할 때마다 경기 양평군에 있는 유명산에 올라가 패러글라이딩을 즐긴다고 한다.

그의 패러글라이딩 경력은 10년이 넘었다. 일반인들은 20여년이 걸린다는 1000회 비행 기록을 10년 만에 달성하기도 한 그다.

“유명산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못 봤어요. 어릴 적 어렴풋이 꿨던 날고 싶다는 꿈을 하루하루 이뤄나가고 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그가 65세의 나이에 이처럼 취미생활에 열중할 수 있는 이유는 ‘50세까지만 일하자’는 청년 시절 그의 신조 때문이다. 박승우 씨는 ‘50세 은퇴’에 모든 인생설계의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스무살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한 순간에 가장이 된 다섯 남매의 장남, 박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고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가전제품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고 한다.

‘할 줄 아는 것’임과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따라 그가 선택한 직업은 금성전자(현 LG전자)의 가전제품 수리기사였다.

수리기사로 일하다가 30세에 현재의 부인과 결혼한 박씨는 가전제품 판매대리점을 개업했다. 이때부터 그의 사업은 상승가도에 오르게 됐는데, 그 계기는 박승우 씨가 ‘효자’로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15년 째 중풍을 앓아 오신 어머님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가게 내부의 작은 공간에 모셔놓고 영업과 병수발을 함께 하니, 손님들 사이에서 ‘장사도 잘 하고 효도도 하는 사장’으로 소문이 났죠. 덕담을 해주시며 냉장고만 사러 왔다가 TV까지 구입한 손님도 계셨어요.”

또 하나의 영업전략은 ‘주부가 되는 것’이었다. 모든 제품을 직접 가정까지 배달한 그는 제품 설치를 마치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청소하고 주부들과 수다를 떨고 나서야 대리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박씨는 전기밥솥과 가스레인지를 팔기 위해 요리를 배웠고, TV와 오디오 판매를 위해 제품을 분해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영업방식이 제품을 구입한 주부들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고 한다.

“효자가 된 것도, 주부가 된 것도 모두 제가 좋아서 한 일이죠. 억지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같은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에 성공한 박씨는 대리점을 정리하고 50세부터 ‘자신의 인생 살기’에 돌입했다.

사업을 하며 수도 없이 마신 술 덕에 키 168cm, 체중 88kg이라는 뚱뚱한 몸을 얻은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아이스링크를 찾았다고 한다.

“처음 아이스링크에 가서 강사에게 상담을 받았는데 다른 회원들은 하지 않는 체력검사를 시켰어요. ‘저 뚱뚱한 사람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겠죠.”

“가까스로 검사를 통과한 뒤로는 하루 종일 스케이트만 탔어요.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큰 재미가 없었어요. 스피드 스케이팅에 빠져 살다가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도 취득하고 동호회도 만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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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 씨가 경기 양평군 유명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착륙한 모습. (박승우 씨 제공)

 

패러글라이딩도 그의 노년을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늘이 맑은 날은 어김 없이 양평 유명산으로 가 패러글라이딩을 즐긴다고 한다. 1000회 비행 기록과 더불어 5시간45분이라는 개인 최장 비행 시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것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다른 스포츠도 계속해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도전에 끝이 있어선 안되니까요.”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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