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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인생 70년 마지막 꿈은 '발명대학 설립'

[나이를 잊은 사람들] 노영호 한국발명가협회장

입력 2015-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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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겠다고 했지. 그래서 회사를 나왔어. 당시에는 다 늙어서 뭐하겠냐고 핀잔 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15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도 나를 인정하고 있어.(웃음)"

 

노영호(68) 한국발명가협회 회장은 50대 초반에 30년 넘게 근무하던 한국전력공사를 과감히 나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는 '이른 퇴사'라며 걱정했지만 노 회장은 80세까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한국발명가협회노영호회장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고. 무엇보다 막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니까 부모로서의 임무를 다 마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또 지난 50년간 정말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덕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노 회장은 발명운동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사회 곳곳에 나누는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한국발명가협회장, 한국발명기업연합회 자문위원장, 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 조직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발명 문화 확산에 노력해왔다.

◇‘발명’은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

노 회장은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과 엉뚱한 면이 많았다고 한다. 5살 때부터 물건을 보면 분해했고 조립은 못 해 망가뜨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학창시절에도 늘 새 물건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졌고 한전에 재직할 당시에도 직무제안 및 직무발명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 노 회장이 발명확산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발명의 생활화’다. 1997년 서울시교육청(과학교육원)에서 학생들의 발명심사 및 지도활동을 시작으로 2001년 충청북도 교육청 발명지도교사 전문강사로 위촉됐을 때도 그는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발명의 생활화를 당부했다.

“발명가들은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문제에 부딪치면 극복해가기 위해 창의적 생각을 하거든. 그게 발명이야. 발명을 일상화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적 사고를 하게 되고 해결책을 찾게 되는 거지. 사회 많은 부분에서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데 발명의 생활화가 바로 핵심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이야.”

노 회장은 과거와 비교해보면 우리 삶에 발명이 필요한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암기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단순한 지식습득은 가치가 낮아졌고 대신에 창조적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창조적 사고력을 갖추는 데 있어 발명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발명 운동 이전부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경제대국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발명을 통해 발명 대국을 이뤄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노 회장은 이러한 발명문화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직무발명제도의 확산 및 장려 활동에도 힘쓰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발명가에 대한 처우는 좋은 편이 아니라며 회사에 소속된 직무 발명가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직무발명제도는 창조적인 인재 육성 뿐 아니라 기업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는 제도야. 특히 대기업은 어느정도 활성화가 됐는데 중소기업이 아직 많이 부족해. 물론 발명가에 대한 처우도 개선돼야 하고.”

그는 무엇보다 기업과 직무 발명자간의 괴리감이 큰 부분을 지적하며 직무발명제도의 활성화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무발명제도는 발명이 국내 산업에 기여하면서 발명가들 역시 경제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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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개설,발명대학 설립까지 도전

“올해부터는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발명에 관한 생각들을 공유해볼 생각이야.”

 

지난해 말까지 석사 논문, 발명 활동, 기업 기술 고문 등으로 바쁜 시기를 보냈던 노 회장은 올해는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발명을 장려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올해 세운 첫 번째 계획이 홈페이지 개설이다. 발명에 대한 개념이나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옮겨볼 생각인 것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산업현장 교수에 재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제도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사업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을 교수로 선발해 기술 전수 및 인적자원개발 컨설팅, 현장 훈련지도 등 종합서비스를 지원한다. 노 교수는 지난해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산업현장 교수 제도의 취지를 보니까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국가와 산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더라고. 보람도 매우 클 것같아서 정말 하고 싶었는데 떨어졌어. 아쉽고 섭섭했지. 뭐 그 쪽에서는 50대 정도까지만 뽑을 수도 있겠지만 올해도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야.(웃음)”

오랜 시간 발명 문화 확산을 위해 달려온 노 회장이 장기적으로 꿈꾸고 있는 것은 바로 발명대학이다. 그는 발명대학 설립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 발명대학을 많이 설립해야 해. 그래서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인재를 분야별로 양성해 내는 거지. 시간은 물론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될 거야.”

노 회장은 직업이 아닌 봉사의 차원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경영 자문이나 컨설팅 활동도 시간이 되는 한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70세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젊었을 때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지. 왜냐면 그때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니까 말야.” 

 

 

※ 직무발명제도? 기업과 종업원 모두 윈윈!

 

‘직무발명’이란 종업원(발명자)이 직무과정에서 발명한 기술이 기업(사용자)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말한다. ‘직무발명제도’는 종업원이 직무과정에서 발명한 것을 기업이 승계하고, 종업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는 제도이다. 현재 직무발명제도는 특허청이 주관하고 있으며 한국발명진흥회가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경영인들은 직무 발명 보상이라고 하면 종업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종업원들의 기술개발 의욕을 높여 기업의 이윤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상제도 도입을 통해 보상금 산정부터 종업원과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면 추후 종업원이 보상금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분쟁이 일어날 확률이 적어든다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발명진흥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기업의 80%가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약 50%의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실제 도입과 보상금 지급이 별개일 수 있어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50%도 안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발명진흥회는 기업들의 직무발명제도 도입을 장려하고 활성화시키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우선 기업들에게 현실적인 제도 도입 방법을 알리기 위해 기업맞춤형 컨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실제 보상금 지급이나 규정을 잘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무발명제도 운영 우수 기업 인증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특허료 감면이나 정부 R&D사업 계약에 있어 가점을 부여하는 형식이다. 2013년에는 91개, 2014년에는 132개 기업이 직무발명제도 운영 우수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글=이혜미 기자, 사진=윤여홍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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