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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칼럼] 국민연금 경영참여, 대안마련 시급하다

입력 2018-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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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달 30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투자대상 기업들에 적극적 경영참여를 하기로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연금관치주의 또는 연금사회주의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추가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경영참여마저 활성화되는 경우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 또는 국민연금과 헤지펀드 간의 이해가 충돌되는 경우 기업의 경영진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순환출자 해소와 소유구조 투명성 제고 압박에 못 이겨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엘리엇 측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하기보다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여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에 반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김상조 위원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화하는 것은 금산 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언급하면서 엘리엇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즉 정부와 헤지펀드 간에 이해충돌이 발생했고, 이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엘리엇은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8000억 원대 손해를 봤다며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시장개입이 한·미 FTA 협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엘리엇 측이 입은 손해는 한국이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한국 정부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그 자체가 ISD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2013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당시에만 해도 외국 투기자본들의 공격을 우려하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마치 외국계 헤지펀드보다도 국내 대기업의 오너들을 더 큰 악의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는 순환출자 금지 외에도 추가로 집중투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등을 상법에 도입해 이들의 지배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자 했던 점을 보더라도 명약관화해진다.

이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서 그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명심해야 할 사실들이 분명해 졌다. 그것은 바로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한국의 기업투명성 제고나 사회적 가치 제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과 펀드의 시세 차익과 이익 배당의 실현을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즉 외국계 헤지펀드와 국민연금 간의 의결권행사 및 경영참여와 관련해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소송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도입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을 통한 적극적 경영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로 언급되었던 것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연기금이 정권의 집사 역할에서 탈피해 진정한 고객(가입자)의 집사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기금을 위한 충실한 집사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이 코드가 때로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충실한 집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경영진이 자율적인 경영 판단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국내 기업에 씌워진 법적 규제의 사슬을 풀어주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자칫하면 한국의 자본시장에 주인은 안보이고 헤지펀드와 연기금만 보이는 불행한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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