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공기업 개혁, 더 늦출 수 없다

입력 2022-03-31 15:05 | 신문게재 2022-04-01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20210010002516_1
박종구 초당대 총장

차기 정부에서도 재정 건전성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한 소상공인을 위한 50조원 추경 편성은 재정적자를 심화시킨다. 문재인 정부 5년간 400조원 이상 늘어난 국가채무 관리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무엇보다도 용두사미가 된 공기업 개혁을 재점화해야 한다.

공기업의 비효율이 도를 넘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화 방침에 따라 공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35개 주요 공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이 2019년 1만1238명에서 2021년 5917명으로 격감했다. LH공사,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0년 주요 공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넘어섰다. 2016~2020년 관련 공기업의 인건비가 22% 늘어났다.

현 정부에서 정원이 10만 명 이상 늘고 부채도 5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당기순이익은 3분의 1로 급감했다. 정부 지원금 비중도 2020년 18.4%까지 상승했다. 경영 부진에도 성과급 지급이나 기금 출연 같은 방만 경영 행태는 계속되었다. LH공사는 2019년 사상 최대 규모인 474억원을 기금에 출연했다. 임직원 성과급이 40% 늘어났다. 저리의 주택 융자금 지원, 임직원 명예퇴직 부정 수급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 공기업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행태가 5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철도공사, 가스관리공사, 강원랜드 등에서 낙하산 인사가 전방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없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었다.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 철밥통 정서가 공기업의 3대 고질병이다. 공기업 혁신은 현능한 인재를 최고경영자로 선임하는 인사의 정상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장추천위원회 등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기업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보장하고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산업화를 주도한 시부사와 에이찌는 고향에서 인사 청탁하기 위해 상경한 사람에게 자리 대신 돈을 주어 보냈다고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을 쓸 수 없다는 인사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 것이다. 사기(史記)에 ‘지신막여군(知臣莫如君)’ 이라는 구절이 있다. 군주 만큼 신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좋은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면 임직원의 인사도 정상화된다. 공정한 인사야말로 공기업 개혁의 성공조건이다.

공공사업에 공기업 자금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관행도 시정되어야 한다.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경쟁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 정부의 암묵적인 지급보증 덕에 시장에서 쉽게 소화된다. 이런 이유로 공사채의 발생이 남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기업의 경영 부실은 정부의 출자·출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된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공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재정운영이 어려움에 빠진 사례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차기 정부는 민간 주도 경제 운영을 공약했다. 공기업은 거품을 빼고 핵심 역량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기 정부에서 공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