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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금융사기, 뒷북 말고 예방을

입력 2022-03-30 09:36 | 신문게재 2022-03-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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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2020년 기준) 5년간 범죄발생 유형별 비중추이에서 강력범죄, 절도범죄, 폭력범죄는 정체 또는 축소된 반면 사기와 같은 지능범죄는 매년 증가해 같은 기간 35%나 늘어났다.

대표적 사기범죄 유형에 속하는 유사수신 중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피해액만 3조를 넘어섰고(2021년), 신종 사기범죄인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7000억(2020년)에 달해 하루 20억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대부분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특징을 띄고 있다.

자신의 의사로 투자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그 상실감이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데 사기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경우 그 심리상태야 불문가지일 것이다.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10% 정도나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피해자들이 주로 평범한 서민들이라는 점에도 심각성이 있다.

이런 사기범죄에 대한 제도나 정책이 주로 범인 검거와 피해구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수사기관은 특별단속기간을 설정해 집중 수사를 하는 등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수사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범인검거에 주력한다.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특별법으로 구제절차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도 범정부 협의체나 특별팀(T/F)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범인 검거율을 높여 범죄로 나아가지 않게 심리적 강제를 하고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것과 같이 피해가 발생한 후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에 국가적·사회적 역량을 집중해 피해의 원천차단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신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사기피해자 구제 특별기구(가칭)’ 설치와 함께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특별기구가 별도의 상설기구 형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종래의 협의체나 한시적 T/F 정도라면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구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예방’에 초점을 맞춘 기구가 아니다. ‘불법 사금융·보이스피싱 법 집행 강화’와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 실효성 제고’ 공약도 구제 관련이다.

금융회사의 책임 강화는 이미 정부도 추진해 왔던 것이지만 책임의 요건이나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책임의 근거가 금융회사에 개설된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범죄의 주요 수단인 휴대폰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도, 어쩌면 제조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필자는, 우리가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방은 도외시하고 피해구제에 천착해 ‘뒷북치는’ 데 만족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식은 하책 중 하책이다.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각 금융기관이나 통신사도 자체 시스템을 통해 피해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민간 핀테크회사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기정보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일반에게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툴들이 개별 단위에 머물러 있어 통합된 플랫폼이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플랫폼 안에 개별 기능을 모두 담아 시너지를 내고 새로 개발되는 툴은 모듈식으로 붙일 수 있게 하여 모든 국민에게 휴대폰 내 ‘필수앱’으로 제공하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같은 목적인데도 개별 기업 단위로 개발되다 보니 중복투자가 된다는 점이다. 통할하는 기구가 있어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예방플랫폼을 구축하고 중복투자로 인해 낭비되는 재원을 기금으로 해서 피해구제에 활용된다면 효율성과 경제성을 모두 충족할 것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만이 아니라 민생과 직결된 지능적이고 조직화된 금융관련 사기범죄에 대해 피해 ‘구제’ 차원을 넘어 ‘예방’ 기능을 확충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선인의 ‘사기피해자 구제 특별기구 설치’ 공약은 사기피해 ‘예방’이 포함된 상설기구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 기구는 사기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정보의 수집, 분석, 범죄예방을 위한 연구, 대국민 홍보 및 수집된 범죄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 이첩 등의 업무까지 커버해야 공약 취지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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