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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확산되는 일본경제 위기론

입력 2022-06-02 14:14 | 신문게재 2022-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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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일본 경제 위기론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엔저(低) 현상이 심화되면서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980년 이후 유지되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흔들리고 있다.


대장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 명예교수는 “일본이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인해 G7 자리를 한국에 뺏길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일본의 인구 감소를 지적하면서 일본의 소멸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난해 64만명 인구가 감소해 심각한 인구 절벽의 위험을 문제 삼았다.

인구 절벽이 가파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9%를 넘어 세계 최고령국가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 되었다. 출산율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가 2015~2060년 약 32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일극(一極)’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도쿄의 출산율이 47개 도도부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일본의 인구 감소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소멸이 가속화 되면서 도농 격차, 지역간 불균형이 개선되기 어려운 양상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 국가인 까닭에 생산성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진다. 1990~2015년 생산성 증가율은 0.88%에 그쳐 미국의 2.38%, 유럽연합의 1.54%와 격차가 상당히 크다. 낮은 생산성을 낮은 임금 수준으로 상쇄해 기업이윤을 유지하는 행태가 지배적이었다. 소위 ‘저차원 자본주의’를 시행해왔다.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했다. 1989년 19.1%에서 2021년 36.7%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평균임금은 424만엔(약 4457만원)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경쟁 심화, 낮은 이윤으로 임금 인상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제조업 경쟁력 지수 비교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승세, 일본은 뒤처지는 양상이다. 유통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세이부, 다이마루 등 주력 업체 퇴보가 뚜렷하다.

전략산업인 반도체의 몰락이 뼈아프다. 정부 정책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반도체산업 쇠퇴로 전문인력이 급감해 부활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글로벌 점유율이 1988년 50.3%에서 2019년 10%로 급락했다. 경제산업성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점유율이 제로가 되어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비율이 256%로 대표적인 재정불량국가가 되었다. 재정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힘든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재정투입으로 경제위기를 벗어나려는 값싼 재정정책이 일본을 심각한 재정 절벽으로 내몰았다.

사회보장비가 예산의 3분의 1을 넘는다. 매년 30조엔 이상 국가채무를 발행한다.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약 520조 엔의 국채를 떠안게 되어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인상 카드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흔들리는 일본 경제의 현주소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재정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의 부작용을 극명히 보여준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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