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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능력 검증의 잣대

입력 2022-06-22 14:04 | 신문게재 2022-06-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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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WCG2022조직위원장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윤석열 정부가 인재를 등용하는 제일의 기준은 능력이다. 인사를 둘러싼 비판을 수용해 최근 몇 자리에 여성을 임명하는 등의 유연함을 보이고는 있지만,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등용해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실사구시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기본발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관료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나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에서 능력과 실력 본위라는 오래된 전통을 가진 나라다. 과거제도가 그 예다. 고려 건국 혼란기를 지배했던 무장 호족 세력을 억누르고 왕권을 강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제도였다. 유학경전을 중심으로 시험을 봐 성적에 따라 임용했으니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불만을 말하는 자는 스스로 ‘나는 실력이 없는 사람이요’라 광고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이런 장점이 있었기에 과거는 평등 지향적 열망이 강한 우리 민족의 성향에 부합해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제도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경전에 대한 이해와 시를 짓는 능력이 국가경영능력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첫째요, 형식적으로는 모든 백성에게 문호가 열려 있었으나 현실에서 합격하려면 가문의 배경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했다. 경전에 대한 암기지식이라는 획일적 범주로만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사회적 다양성과 유연성, 개방성이 부족해진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다.

그 위에 후기에 올수록 각종 편법과 부정이 더해지면서 공정한 기회 부여를 통한 탁월한 인재 확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과거는 일부 유력가문의 독무대가 되었다. 말로는 ‘민본’을 외쳤지만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은 조선후기 계속된 국난과 망국이 증명해 준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발탁해 국가 경영을 맡겨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과로 나타난 능력만이 주된 잣대가 되어선 안 될 이유 또한 많다. 무엇보다 능력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다.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어려운 일이다. 국가나 사회경영에 필요한 능력을, 한 분야에서 발휘된 능력만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한 분야에서 탁월한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는 개연성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은 시험 보는 기술이나 학벌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양한 분야에서 갈고 다듬어진 능력이 차별 없이 평가되고 수용되어야 한다.

능력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인성 또한 고려요소다. 지나친 능력주의 숭상은 능력자에게는 오만을, 탈락한 자에게는 좌절과 불만을 가져다 준다. 현재 내가 지닌 능력이나 성공은 스스로의 노력 외에 가족이나 사회에 빚진 것이 많다. 이들로부터 받은 혜택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최근 시험 중심에서 벗어나 인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도입된 각종 전문대학원이 현대판 음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이 이를 보여준다.

‘재승박덕’이라 똑똑한 사람이 세상을 향한 사랑과 공감능력까지 구비한 경우가 흔하지 않음도 슬프지만 현실이다. 나보다 덜 똑똑하고 못난 사람을 내가 함께 안고 가야만 사회가 더 쉽게 발전한다는 공감능력이 필수다. 능력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상대 진영이라고 배제하지 않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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