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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그래서 섬으로 갔다

입력 2022-07-03 14:43 | 신문게재 2022-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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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섬에서 태어났지만, 섬을 싫어했다. 내가 태어난 섬은 16년 동안이나 나를 오롯이 가뒀다. 죄없이 감옥에 갇힌 죄수의 심정으로 섬에서 벗어날 날만을 기다렸지만 그럴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다. 다행히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섬에서의 유배는 끝났다.


그리고 3년여 전, 산악회를 따라 처음으로 섬 트레킹에 나섰다. 그곳 해안가는 유년 시절과 달리 플라스틱, 폐타이어, 폐그물 등으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있었다. 해안가 쓰레기들은 모래사장과 바위틈에 침적되어 사람의 힘만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음이 아팠다.

일부 스티로폼이나 페트병들은 조류에 떠밀려 연안을 떠돌다가 점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다. 바닷속 고기들은 먹이인 줄 알고 덤벼들어 소화불량으로 죽거나, 살아서 어부에게 잡힌다면 결국 우리의 밥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큰 재앙이 몰려올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어느새 유년의 고향 섬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내 혈관의 저변에는 용트림하는 백두대간의 기운이 아닌 짭조름한 바닷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내가 성장했듯이 나를 키워낸 것은 섬의 공기와 그곳에서 자라던 수많은 생물이었다.

해양쓰레기로부터 바다와 섬, 그리고 우리 자신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마침 직장 은퇴를 1년여 앞두고, 인생 2막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였다. 오염된 섬과 바다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450여 개의 유인도를 포함해 3300여 개의 섬이 있다. 이들 섬에는 14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섬은 우리 국민이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생활근거지이자 국가의 영토와 영해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또한 문화와 관광, 무한한 생태자원을 가진 국가의 성장동력이다.

그런데도 섬과 섬 주민을 대변하는 이렇다 할 언론매체가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섬 전문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기로 하고, 사무실은 섬의 접근성이 좋은 여수에 뒀다. 우리나라 섬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집중되어 있는데, 여수는 남해안의 거점도시이면서 미항이다.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등 365개의 섬도 있는 데다 섬의 섬이 많은 신안, 완도, 통영, 보령에 쉽게 오갈 수 있는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이제 서울 생활을 접고 여수로 내려온 지 1년 10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전국에 소재한 60여 개의 섬을 트레킹했다. 섬에 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어떤 섬에 어떻게 가야 할지, 섬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람들이 섬에 다가설 수 있도록 섬 기행기를 쓰고, 다양한 문제를 취재해 한국섬뉴스와 SNS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섬과 육지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섬사람들에게는 활력을, 육지 사람들에게는 힐링을 제공하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의 섬과 연안은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변방 중 변방이다. 하지만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삶에 근간이 되는 바다 먹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볼 때 중앙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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