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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양극화로 몸살 앓는 미국

입력 2022-07-10 14:56 | 신문게재 2022-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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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미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대법원은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 연방환경청의 주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한 뉴욕주 법안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재임기간이 가장 긴 극보수 성향 토머스 클러렌스가 대법원 보수화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닐 고서치, 브랫 캐비노, 에이미 코니 배럿 3인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법원이 뚜렷히 보수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신뢰도가 54%로 종전 68%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가장 위험한 정부 기관’, ‘또 하나의 정치 조직’으로 비판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대법원의 과격함을 신랄히 비판한다.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1950년대의 여야 협치는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1960년대 민권법, 투표권법 등 진보입법 이후 공화·민주 양 당간 협력이 약화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래 당파주의가 워싱턴 정치를 지배해 왔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 이후 당파 정치가 뉴 노멀이 되었다. ‘위대한 협력의 시대’는 가고 ‘극단적인 대립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정치 양극화의 주범은 누구인가. 갈수록 우클릭하는 공화당의 극단주의가 가장 큰 문제다. 부자, 보수적 백인 중심의 공화당은 감세, 규제 완화, 총기 규제 및 낙태 반대를 지지한다. 공화당의 지역 기반이 보수적인 중서부, 남부인 점도 크게 작용했다. 비토크라시(거부 민주주의) 때문에 초당적 입법이 불가능해졌다.

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니었던 연방 판사의 상원 동의를 놓고 갈등이 도를 넘어섰다. 보수적인 사법부를 구축하겠다는 공화당의 당략이 협치를 실종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 뉴스 같은 친보수 언론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터커 칼슨, 글렌 백, 숀 헤너티 같은 보수 논객이 연일 보수층을 선동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상대당을 극도로 혐오하는 부정적 당파주의(negative partisanship)가 팽배하고 있다. 공화당원의 절반은 자녀가 민주당원 집안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한다. 민주당원도 약 3분의 1이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여당의 묻지마 지지와 야당의 무조건 반대 속에서 타협과 협치는 생소한 단어가 되었다. 대법원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지명되었는데 공화당 상원의원 3명 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법부의 정치화가 선을 넘어선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조너선 와이즈먼은 양극화로 갈라진 미국 사회를 ‘분열국(Disunited States)’이라고 표현했다. 단합된 미국이 분열된 미국으로 추락한 셈이다.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데이비드 브라이트는 대법원이 미국 사회 분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북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이념적 대립에 직면한 미국 사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그 어느 때보다 통합과 상생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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