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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죽음 준비 교육

입력 2022-07-17 15:07 | 신문게재 2022-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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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은퇴 후 필자는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두루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수강한 교육 중 가장 좋았던 것이 (사)각당복지재단의 죽음 준비 과정이었다. 이전엔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처음엔 찜찜했지만, 수강 후 변화를 느꼈다. 인생 2막을 설계하는 은퇴자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몸이라 떼려야 뗄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삶과 분리해 애써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는 습성이 있다. 심지어 주변에서 매일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만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간다.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죽음을 인식해야 삶의 유한함과 남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중세 유럽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늘 가슴속에 새기며 외쳤다고 한다.

교육 과정은 죽음에 관한 생각을 토론하고, 강의를 통해 다양한 죽음 이론을 배운다. 가족에게 유언장을 쓰고 읽은 후, 입관 체험을 통해 죽음을 미리 경험해 본다. 교육 수료 후 이구동성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이 사라졌다. 남은 인생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향후 충실한 삶을 위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럼 죽음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죽음이 두렵고 불행한 것이 아닌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순간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애 말기에 대한 설계를 미리 준비해 둠으로써 불시에 당하는 죽음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먼저 자기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 의료에 관한 사전 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로 인한 무의미한 생명 연장보다 짧은 기간이나마 고통을 덜고 삶을 정리하는 이별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또한 가족과 사회의 부담도 덜어준다. 신체 일부를 나눠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도 검토해 본다.

다음은 유언장 작성이다. 유언장은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 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 유언장에 임종 방식, 시신 처리 문제, 장례 형태, 제사, 유산 상속 등을 적는다. 남은 재산이나 소장품에 대한 사회적 기부도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자서전이나 엔딩 노트 작성 등이 있다. 자서전을 쓰면 지금까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을 정리하고, 남은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노년기에 작성하면 좋다. 가족을 향한 애정 어린 글은 유족에게 위안과 함께 아름다운 정신적 유산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버킷리스트나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입시, 취업, 결혼, 출산, 여행 등 인생의 대소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 아무런 준비 없이 용감하게 살아간다. 죽음은 내 삶의 일부로 삶의 마지막 성장이라고 한다. 죽음 준비 교육을 통하여 죽음을 아름답게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는 삶의 마지막 성장이 되게 해야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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