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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나잇값

입력 2022-07-24 15:16 | 신문게재 2022-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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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고 있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 중에 문득 달력을 쳐다보면 세월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새해 첫날 먹은 떡국 생각이 난다. 먹은 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올해도 이미 절반이나 훌쩍 지나가 버렸다. 덥고 습하다는 말을 연신 쏟아 내며 사는 여름철이지만 조만간 춥다는 말을 연발하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여름 무더위를 어찌 보낼지 하는 걱정 자체가 기우인 것 같다.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유행가 가사처럼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이 마흔을 불혹이라 하고, 오십을 지천명이라 한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께서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학문을 바로 세웠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으며(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을 따라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고 회고하였다. 그래서 흔히들, 나이 15세에는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는 이립(而立), 뜻을 바로 세우고, 40세에는 불혹(不惑), 세상의 욕심에 미혹하지 않고, 50세에는 지천명(知天命),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60세에는 이순(耳順), 귀가 순해지고, 즉,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가 없고, 70세에는 종심(從心),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아도 크게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나이 쉰이 목전이다 보니, 문득 불혹의 마흔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불혹의 나이에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데, 필자는 이런저런 세상의 유혹에 어지간히 현혹되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아 온 것 같다. 지천명에는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데, 그래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하늘의 원리를 이해하고 따르게 된다는데, 오랜 세월 동안 세파에 정신없이 휘둘리며 살아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의 뜻이 이해될지 의문스러워 마음이 심란하다. 물론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매사 하늘이 정한 바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여러 순간 느낀 바 있다. 그야말로 있는 노력 없는 노력 다하며 용을 써봐도 결과라는 것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근간은 마음속의 욕심에 있는 것 같다. 피어오르는 욕심으로 생각의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고, 흐트러짐으로 인해 마땅한 기본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순의 나이 예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안 되어 어이가 없고, 경우 없이 쉽게 내던지는 말들에 화가 나더라도 아직 내 나이가 안되어 귀가 순해지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궁색한 핑계를 슬쩍 댈 수도 있겠다. 물론 시간이 지금 속도로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면, 정신 차리는 순간에 이미 종심(從心)을 행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침묵이 금이라는데, 금 모으는 심정으로 말을 아끼며 살아야겠다. 나잇값 하며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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