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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경찰 말고 경제 잡을 때

입력 2022-07-28 13:56 | 신문게재 2022-07-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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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몇 년은 지난 것처럼 생각된다. 주변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정치는 국민들의 문제점을 풀어주기 위해 작동되는 것이야 하는데 정반대로 국민들의 걱정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시작하자마자 역대 유례없는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지방 선거를 통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를 재확인 받았지만, 국정 지지율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이 원인이다. 임기를 갓 시작한 대통령이 정책적 성과를 당장 거두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구성하는 3요소가 이념, 정책, 사람이라면 ‘인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헌법정신, 공정, 상식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인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사후 대응을 보면 대통령이 기준으로 삼는 헌법정신, 공정, 상식은 국민의 그것과 무척 달라 보인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임기 후반 같은 초라한 상황이지만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은 현실 인식을 못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를 앞두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충돌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중요 수사는 앞으로 만들어질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하는 등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므로 견제하고 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경찰은 총경 회의를 개최하면서 극도로 반발했고 이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경찰 구성원들은 ‘내가 류삼영이다’, ‘나를 처벌하라’며 결사 항전을 불사하지 않는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의 집단행동이 ‘하나회의 12.12쿠데타’라며 범죄시하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강행으로 비친다면 좋을 일이 없다. 더군다나 이번 일은 예견된 참사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10명 유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경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7.9%, ‘비대한 경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어 적절하다’는 응답 39%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의 반발 여부를 떠나 국민들조차 찬성 여론이 더 많지 않다면 정책 소통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론 결과를 보더라도 경찰국 강행 처리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마법의 주머니는 ‘경찰 잡기’가 아니라 ‘경제 잡기’에 달려있다. 미국 연준이 다시 0.75%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강달러 현상은 강화되고 우리 경제는 더욱 주름살이 깊어지게 될 전망이다. IMF를 비롯한 경제 관련 국제기구는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보다 하향 조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하향 조정되는 극도의 위급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지난 몇 달 잠잠했다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시행되고 영업시간 제한과 모임 인원 축소 결정이 내려지면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초죽음 상태가 된다. ‘경찰국 설치’가 보수 지지층을 붙드는 단호한 대응이라면 경제를 살피고 물가를 잡는 국정 수행은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진보층을 껴안을 수 있어 지지율 상승의 ‘황금주머니’가 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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