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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군주로 가는 길

입력 2022-07-31 14:05 | 신문게재 2022-08-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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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 매버릭’이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미국 특유의 가족애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우정,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의 리더십이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관이 된 첫날 매버릭은 두꺼운 F/A-18 매뉴얼을 들고 온다. 하지만 매뉴얼 따윈 진작에 독파한 교육생들이 금방 이를 우습게 여기는 것을 보고 적도 피차 알고 있는 정보이니 공부할 필요 없다고 매뉴얼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이에 매버릭은 직접 실력을 증명해 보이라며 첫날부터 바로 근접공중전 훈련에 돌입한다. 매버릭의 이 행동은 영화의 전체 방향성을 암시한다.

위기가 찾아왔다. 매버릭의 상사인 사이클론은 매버릭을 교관 자리에서 내리고 본인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겠다고 통보한다. 하지만 매버릭은 대원들이 적의 미사일 밥이 되기를 반대하며 비행 허가도 받지 않은 채 F/A-18을 타고 연습장으로 출격한다. 엄청난 비행실력으로 자신이 제안한 작전방식을 2분 30초보다 무려 15초나 단축시킨 2분 15초만에 성공해 보인다. 매버릭이 자신의 작전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모습에 교육생들도 경이와 환호가 섞인 감탄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상부의 허락 없이 전투기를 멋대로 몰았다는 죄명으로 군법회의에 넘겨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매버릭의 압도적인 실력을 실감한 사이클론은 그를 무단비행으로 징계에 회부하는 대신 자신의 군 경력을 걸고 당초 젊은 파일럿들로만 팀을 구성하기로 했던 것을 변경해 매버릭을 편대장으로 삼아 출격을 허락한다.

매버릭의 행동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많이 닮아있다. ‘새로운 제도를 솔선해서 도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운영에 위험이 따른다. 신제도를 도입하는 군주는 구제도를 토대로 순조롭게 살아온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린다. ‘군주론’ 제6장에 나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매뉴얼과 성공방식을 답습하며 길을 걷는다. 그 길은 힘들고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군주가 아닌 인민으로 살고 있다. 군주는 기존의 규칙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으로 모두 함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업이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과거의 성공방식과 매뉴얼에 집착한다면 그 사람을 리더 또는 군주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군주는 리스크를 무릅 쓰고 시대나 상황에 적합한 규칙이나 제도, 약속을 도입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영향력 안에 당신의 영향력을 담는 것이 군주로 가는 길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일만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때로는 신의, 우정, 인간성, 성실함, 규정 등과 정반대되는 행동도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이자 군주는 조직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는 비난을 받더라도 별 주저함 없이 악덕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 속에 영화는 감동을 자아내고 조직은 성장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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