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은퇴 후 동네는 '보물 창고'

입력 2022-08-11 14:08 | 신문게재 2022-08-12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2071201000642600026491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50세 전후가 되면 퇴사압력이 시작된다. 50대 중반까지만 버텨도 다행일 정도다. 고령은퇴를 넘어 중년퇴직이 다반사란 얘기다. 한해 100만 넘게 태어나 사실상 베이비부머의 상징그룹이 된 70년 개띠를 보자. 올해 53세로 시나브로 퇴사 마지노선에 다가섰다. 정년이 남았지만, 명예퇴직이란 타이틀로 물러남을 권유받는 처지가 많다. 중년가장의 무거운 짐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다. 늦어진 자녀독립과 길어진 부모봉양에 무거운 본인노후까지 삼중부담의 위험지대에 직면하는 것이다. 해당인구를 볼 때 개인을 넘어 사회위기로 전이될 잠재적 악재다.

 

뾰족한 대안카드가 있다면 인생후반전을 위한 훌륭한 출발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퇴사이후의 시간은 아무 것도 못 하는 무위(無爲)의 거대공포가 펼쳐진다. 떠나며 잊혀지는 절대무위의 관계단절이 본격화된다. 실제 주변에선 부러울 정도로 잘 나가던 이가 일과 떠나며 점차 사라지는 사례가 잦다. 뭐라도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동작그만인 채 옹송그린 삶을 보내는 경우다. 불가피한 사정도 있지만, 꽤 많은 빈도는 스스로 집밖을 나서지 않는 자발적인 은둔스타일이 적잖다. 인생무상인 게 열정적인 전성기를 보낸 이들조차 한때의 추억만 떠올리며 시간을 보낸다.

잘 내려오는 법을 익힐 때다. 익숙한 직장과의 결별은 생소한 하루와의 반복을 뜻한다. 수명연장을 볼 때 허투루 보내기엔 꽤 긴 시간이다. 돈벌이가 급하다면 더 절실한 취업·전업·창업카드를 찾을 일이다. 호구지책에서 자유로워도 무위염려는 건재하다. 되레 외부활동과의 접점모색은 더 힘들고 까다롭다. 일만 찾아도 출퇴근의 시간루틴은 당연하지만, 아니면 활동·만족을 맞출 적절한 소일거리는 멀어진다. 취미든 봉사든 본인만의 가치기준·투입수준을 찾는 게 우선되는 이유다.

이때 유력한 후보영역은 동네·마을로 갈무리된다. 월급쟁이로 살아온 인생에게 지역공간은 낯익되 생소한 곳이다. 잘 알지만 잘 모르는 이중공간인 셈이다. 평생 주간인구(직장출근)와 야간인구(자가취침)로 분리돼 살다 24시간의 정주인구로 변신했으니 사실상 낮 시간·공간을 모르는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엄연히 순환형의 사회생태계가 가동되지만, 야간인구의 존재·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웃도 모르거니와 참여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 인생2막을 살아갈 기회·활로가 있다. 고정관념만 깨면 동네는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소득활동이든 여가기회든 무궁무진한 연결지점이 존재한다.

지역발전론에서는 동네를 보물로 비유한다. 감춰진 보물을 찾아 구슬처럼 잘 꿰면 생산·소비·투자의 경제적 순환효과가 달성된다. 또 지역현안에 참여형 활동주체로 나서면 사회적 파급가치도 기대된다. 신뢰자본의 구축으로 건강한 마을공동체에 기여할뿐 아니라 거래비용이 낮아져 원가절감도 실현된다. 어차피 언젠가는 은퇴할 수밖에 없다면 마을데뷔는 시간문제다. 일찍 나서 먼저 쌓을수록 기대효과는 극대화된다. 기회는 커진다. 향후 한국사회의 최대의제 중 하나는 지역발전, 곧 로컬리즘이다. 지역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수립·확대하는 과제야말로 트렌드에 가깝다. 현역시절 쟁여둔 막강한 경험·노하우가 마을과 만나면 확장·효과성은 무제한에 가깝다. 결국 동네에서 보물찾기는 본인과 가족·이웃이 함께 엮어낼 행복한 노후모델로 치환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