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대학 이름도 상표권이 있다

입력 2022-08-18 14:04 | 신문게재 2022-08-19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연세치과, 연세소아과, 연세안과… 우리 동네에만도 다양한 ‘연세’ 병원이 많다. ‘경희’태권도장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런 이름을 보면 소비자들은 연세대학교를 나온 의사나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사범이 운영하는 곳이라 으레 생각한다. 운영자들의 의도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러나 운영자와 소비자의 의도와 달리 대학교 이름을 사용한 상표들이 대학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이나 태권도장에 굳이 학교 이름을 넣고 싶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세’라는 대학교 이름에 쌓인 명성과 소비자들의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세’라는 대학교 이름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상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운영자로서는 ‘자신이 실력 있는 연세대학교 의대나 치대를 졸업했으니 소비자들은 실력을 믿고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일 뿐, 연세대학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주장 자체가 ‘연세’에 쌓인 신용과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를 자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연세대학교 출신임을 드러내는 것은 광고 문구 등을 통해 서술할 수 있음에도 병원서비스업의 상표 자체에 ‘연세’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적 사용’으로서 바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표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상표적 사용’은 어떤 뜻일까? 이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상표법에서 정의하는 ‘상표’와 ‘사용’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이다(상표법 제2조). ‘사용’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거나 그 표시한 상품을 판매, 전시, 수입, 수출, 광고하는 행위를 행위를 포함한다. ‘연세치과의원’ 또는 ‘연세oo내과’ 등으로 표시할 경우 ‘연세’대학교 출신의 병원으로 인식되어 ‘연세’ 들어가지 않은 다른 병원들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의 사용이고, 이를 병원 간판 또는 홈페이지에 표시하여 광고하는 행위이기에 ‘상표적 사용’이 분명하다. 다만, ‘스마일치과’라는 별도의 이름이 있고 홈페이지 등에서 ‘본원은 연세대학교 치과를 졸업한 의사선생님들이 진료합니다’라고 서술한다면 이 서술은 더 이상 상표적 사용이 아니다. 판례에서는 자신이 해당 학교의 출신임을 표시하기 위해 학교의 로고를 사용하는 것까지도 상표권의 침해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이 나온 명성 있는 대학의 이름을 자신의 상표에 사용하고 싶다면 그 욕구 자체가 대학 상표의 신용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명을 대학교의 허락 없이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상표명을 도용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대학교명을 사용하는 것은 대학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의 이름도 브랜드다. 대학에서도 이제는 상표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대학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표의 경우 대학과 라이센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상표를 고안하고 별도로 자신의 출신 학교를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