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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

입력 2022-08-22 14:33 | 신문게재 2022-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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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1960년대 고교 야구는 정말 인기 스포츠였다. 야구부를 둔 학교들이 대개 지역 명문 고교였기에 동문과 지역이 뭉쳐진 응원 열기는 지금 프로야구에 못지않았다. 특히 청룡기 대회는 패자부활전이 있어 유명했다. 올림픽 유도 경기도 패자끼리 겨루어 1위를 차지하면 동메달을 주지만, 청룡기 대회는 패자가 치루어야 할 경기 수가 많아 힘도 들었지만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데 묘미가 있었다.

토너먼트 게임은 한 번 지면 탈락이라 매 경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선수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아쉬움과 패자에 대한 배려로 월드컵 축구에서는 예선은 리그전으로 치르되 결선은 상위 팀끼리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리는 혼합형을 운용하기도 한다.

삶은 매 순간 결단과 이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토너먼트 게임의 연속이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한 번 선택한 길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결정으로 전체 승부가 갈리고 패자가 된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사회는 비참하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패자부활전이 반복되어야 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패자에 대해 포용력을 발휘한 국가, 유동성이 보장된 사회일수록 발전 가능성이 커진다. 패자 부활전이 보장되는 유동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개인은 실패로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이러한 재기와 성공 스토리가 쌓여 국가나 사회 또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 계급은 인정하지 않지만 해방 이후 2세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레 학력과 재력 직업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적 계층으로 이어지고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우위를 자녀들에게 세습시키려 별의별 수단을 동원한다. 중산층에서도 탈락한 이들은 개인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자라게 된다.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삶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1차적으로 개개인이 져야 하고 이는 패자부활전에 참여하는 주체 또한 개인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패자 부활전을 치를 의욕이 있는 개인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벤처 기업계에만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예외적인 스토리만 강조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보통 사람도 가능하게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패자 부활전의 존재는 승자에게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 사회 활력의 총합이 커지는데 기여하게 된다.

교육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 각자가 타고난 자질과 노력에 의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성공 트랙을 다양화 하는 일, 복지권 강화로 패자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까는 일이 중요하다. 내가 선택해서 간 숲속 길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옛길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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