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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바뀌는 돈의 지도

입력 2022-08-31 15:22 | 신문게재 2022-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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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오늘날 돈은 물리적 존재가 아닌 숫자에 불과하다. 모든 거래는 컴퓨터에 표기된 금액의 숫자만으로 정산될 뿐 실제로 현금이 오가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현실 화폐는 사라지고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후면 추억으로 남을 현실의 얘기를 하나 해보자. 은행 통장으로 월급을 받는 회사원 구 과장은 1년 전부터 저축을 늘리기 위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로 매월 35만원씩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 놨다. 최근 우연히 통장 정리를 한 구 과장은 깜짝 놀랐다. 월급날 CMA로 빠져나간 돈에 400원씩 수수료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 과장은 400원씩 1년이면 4800원인데 금액 자체보다는 수수료가 붙는 사실을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데 불쾌감이 들었다.

돈이 전자표기로 옮겨 다닐 때마다 수수료는 계속 빠져나가서 옮겨 다닐수록 명목상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아시다시피 은행이라는 중개매개자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이체에 수수료가 든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고지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은행은 결코 구 과장처럼 적은 금액이지만 불쾌감으로 인해 거래를 해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가상화폐가 상용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은행이다. 은행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할 것이고 그 결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기득권 세력은 가상화폐가 전세계를 뒤흔들 때 가장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반면 가상화폐가 상용화될 경우 일반 사용자들은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세종대왕(화폐)이 아닌 이모티콘을 날리듯 더욱 간편하고 편리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변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있을까. 2021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개발을 두고 고심 중이다. CBDC는 민간이 만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향후 CBDC가 상용화할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다. 블록체인 등으로 이미 기술혁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금 이용률 축소 등의 추세를 고려하면 CBDC는 점차 보편적인 화폐가 될 수밖에 없다.

CBDC의 상용화는 가상화폐의 공존을 의미하며 그 가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2014년 이후 매년 10배 이상씩 올랐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8년 동안 값이 이렇게 많이 오를 동안 일반인들 대부분이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금과 달러가 기축통화였다면 미래는 가상화폐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갑부대열에도 상당한 변화로 작용할 것이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가인 자오창펑 등이 최고 부호에 올랐다. 메타버스와 NFT가 떠오르고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 중이다. 향후 몇 년 사이에 가상화폐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이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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