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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오래된 미래의 숨죽인 경고

입력 2022-09-15 14:50 | 신문게재 2022-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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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감소의 비상등이 켜진지 오래다. 이대로면 절멸적인 집단자살 사회로의 진입이 기우(杞憂)만은 아닌 듯하다(르가르도 IMF 총재·2017년 발언). 2022년 2분기 0.75명의 출산율은 충격이상의 재앙적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인구유지선(2.1명)은커녕 5년 연속(2018년~) 전대미문의 1명 하향돌파, 그것도 자체 기록갱신의 놀랄만한 수치다. 전례조차 없다. 한국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의 인구변화가 시작된 어떤 국가와도 비교불가다. 주요 선진국은 하향칼날이 무뎌지며 ±1.6명에 안착했다. 총인구감소 1호인 일본조차 2021년 1.3명을 웃돈다. 열도침몰 운운자체가 호들갑일 정도다.

그럼에도 강심장(?)의 한국사회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북핵을 지고사는 사회답게 어지간한 위협경고는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해외시선으론 이해불능의 차분한 일상사가 펼쳐진다. 만성화된 위기와 내성화된 감각이 빚어낸 기현상이다. 나라밖에서 걱정할뿐 내적체감은 생각보다 둔감하다. 언제까지 무감할 수 없듯 인구감소의 충격여파·대응공감은 서서히 확산세다. 환영할 일이다. 다만 지체된만큼 고통이 뒤따른다. 갈수록 대응체제의 강도·빈도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실기한 탓에 어지간한 단계대응 이상의 충격요법도 불가피하다. 그만큼 실효적인 완화책이 절실하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지한 건 ‘오래된 미래’의 존재·확인 덕분이다. 인구감소가 빚어낼 미래풍경을 현재시점에서 목격·체감한 결과다. 저출산·고령화의 깊은 늪에 일찌감치 빠져버린 농어촌의 한계풍경이 그렇다. 인구감소의 최전선답게 미래한국을 점령할 다양한 인구악재가 일상화된 공간이다. 미리 본 미래한국은 참담하고 암울하다. 자연감소·사회전출의 이중타격은 지방지역의 생존토대를 붕괴시켰다. 가령 기초지자체 중 고령화율 1위인 의성군(경북)은 10명 중 4~5명(43.2%)이 65세 이상이다. 아직은 고령경제로 버티나, 노년인구의 다사(多死)행렬이 끝나면 지속성은 급락한다. 이미 거리에 인적이 끊긴지 오래고 지역상권은 멈춰섰다. 돈도 사람도 활력도 별로인 급속한 축소사회가 됐다.

오래된 미래가 보내는 간절한 신호에 주목할 때다. 비켜섰기에 아직은 버티는 서울·수도권의 집중이슈에 매몰돼 지방소멸의 SOS를 방치하면 곤란하다. 톱니바퀴처럼 고도화된 역내분업을 보건대 한쪽이 삐걱대면 전체는 멈춰선다. 그나마 여유로울 때 취약한 연결고리를 손봐야 균형회복도 달성된다. 오래된 미래의 숨죽인 풍경은 매섭게 확산된다. 의성만의 고민이 아닌 게 절대다수의 지방현실이다. 이미 229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113개)이 소멸위기로 진입했을 정도다(2022년 3월). 문제를 방치하고 대응이 지체되니 급속도로 나빠지는 악순환의 딜레마다.

오래된 미래는 새로운 미래로 전환되는 게 좋다. 인구감소에의 무관심·무대응은 제로섬을 넘어 총량수축의 디스토피아를 뜻한다. 물론 개중엔 놀랄만한 기회요인이 있지만, 그만큼 명민한 전제조건도 요구된다.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맞서는 선제대응이 바람직하다. 이때 오래된 미래의 경고도 훌륭한 교훈이 된다. 인구변화의 날선 현장에서 오래된 미래가 보내온 고군분투의 메시지에 주목할 때다. 시간은 없고 숙제는 많다. 예고된 첩첩산중에서 벗어날 묘책마련은 시대화두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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