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

입력 2022-09-26 14:04 | 신문게재 2022-09-27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김시래
김시래 동서대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여기 위로를 주제로 한 두 곡의 노래가 있다. 차이를 비교해보라.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이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이하이/한숨)”

“지저귀는 저기 하늘 아래 새들과 바다에 부서지던 태양의 빛 저기 저 높은 언덕너머 날 기다리던 엄마의 품으로 후회와 눈물로 더렵혀진 나약한 아들의 귓가에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가 우리도 나무처럼 죽음같은 일년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났을때 즈음 푸르른 새 잎사귀와 분홍빛 꽃을 다시 새로운 시작(정준일/새겨울)”

앞 곡의 가사는 쉽고 분명해서 편안한데 뒤의 것은 내용이 비비꼬여 무슨 메시지인지 분명하지 않다. 비유가 심하면 메시지가 안개속으로 숨고 만다. 의미가 흐려지고 줄거리는 몽롱해진다. 심해지면 읽던 책이 수면제로 변한다. 의사의 처방전처럼 전문 용어가 주인공처럼 자주 등장하는 글도 마찬가지다. 고립을 자초해서 책장 속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펴 낸 부처와 예수의 화법을 들여다보라. 대중의 소질과 근기에 따라 설법의 내용을 달리한 부처나 유머와 반전을 가미한 스토리텔링식 설교를 펼친 예수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의 좋은 본보기다. 실력 있는 프레젠터도 저잣거리의 언어로 주장한다. 글과 말의 기본은 전달력이기 때문이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 설수 없다.

마찬가지다. 글도 쉬워야 이해되고 이해돼야 선호가 생겨난다. 바꿔 말해 이해되지 못하면 기억에서 지워진다. 당신이 작성한 서류를 들여다보라. “모든 민원은 인터넷에서 처리가 가능해집니다”라는 문장을 바꿔라. “이제부터 동사무소에 오지 않고 집에서 주민등록증을 뗄 수 있습니다”라고 해야한다. “1년 후에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20%”라고 쓰지 말라. “이번에 취업한 사람 5명중 한 명이 1년 안에 그만둡니다”라고 바꿔 써라. 생각을 돌리지 말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대로 손은 따라 가라. 친구에게 건네는 편지처럼 툭툭써내려가라. 요컨데 쉽게 써라.

글을 말로 바꿀 때는 생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정서적 유대감의 시대다. 감정을 끌어내는 단어나 어휘를 적절히 활용해라. 어떤 브랜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은 “이 브랜드는 이런 장점도 있고 저런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런 좋은 평가도 있고 저런 나쁜 평가도 있습니다” 라며 분석의 예리함을 강조할 것이다. 감정의 언어로 바꿔주면 좀 더 설득적으로 변한다. “이 브랜드는 이런 점도 좋고, 저런 점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결정적 단점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어떤가? 전하는 바는 똑같다. 하지만 하나는 뉴스고 하나는 드라마다.

전쟁에 다리가 무너지든 태풍에 집채가 쓸려가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일이 벌어진 시간이나 장소, 피해의 규모가 아니다. 그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스토리다. 사실을 나열하지 말라. 사실을 사건으로 만들어라. 희로애락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라. 전설적 카피라이터 헬 스테빈스도 이렇게 말했다. “다른 모든 것은 잊어도 좋다. 이것만은 잊지말자. 제품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김시래 동서대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