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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

입력 2022-09-25 14:46 | 신문게재 2022-09-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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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문서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기본서가 있다. 천자문(千字文)이다. 서점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만화로도 나와 있고,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책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은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로 이루어졌고, 글자가 전혀 겹치지 않는다. 지은이는 주흥사(周興嗣)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양무제(梁武帝)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를 용서받는 조건으로, 하룻밤에 4자씩 250구절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주흥사(周興嗣)는 하룻밤 새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이 그를 백두(白頭) 선생이라 불렀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양무제에게 노여움을 샀다는 기록은 없다고 하니, 그가 하룻밤에 천자문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천자문(千字文)의 내용 중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 말 망, 말씀 담, 저 피, 짧을 단, 말 미, 믿을 시, 몸 기, 길 장)이라는 구절이다.

어릴 적 아버지께 배운 내용이다. 당시에는 듣고도 그 깊은 의미를 몰랐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직역을 하자면, 상대의 단점을 말하지 말 것이고, 나의 장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매사에 남이 잘못하는 것은 자꾸 지적하게 되고, 내가 잘하는 것은 드러내고 내세우게 되니, 그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즉,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존중하라는 의미로도 새겨볼 수 있겠다.

성경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마태복음 7장 3절에 보면, “And why beholdest thou the mote that is in thy brother‘s eye, but considerest not the beam that is in thine own eye?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기둥)은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내용이 나온다. 남보다도 나의 잘못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그저 남의 잘못만을 지적하려고 들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작은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시기에도 자신을 성찰하고,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이 있었던 것을 보면,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이라는 구절이 우리가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닌지 새삼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사실 매사 내 욕심에 움직이면서도 남의 핑계를 대면서 살면 마음이 좀 편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상대가 잘못하고 있으니, 나의 잘못은 없다고 하면 살아가기도 훨씬 쉬워진다. 더구나 남이 잘못하는 것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쉽게 눈에 띈다. 어디에서도 그렇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해 보인다. 왜들 그러는지 정말 화가 나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내가 해도 저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아침 뉴스를 들으면서 혼잣말을 해본다.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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