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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저출산, HDI에 답이 있다

입력 2022-10-03 15:08 | 신문게재 2022-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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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최근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불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다.

행정안전부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출생자가 사망자 수를 밑돌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계속 떨어져 온 인구 증가율이 결국 감소세로 뒤집힌 것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명에도 미치지 못한 0.81명으로 OECD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0.84명) 대비 0.03명 감소(-3.6%)한 수치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2.90명)이었다. 이어 멕시코(2.08명), 프랑스(1.79명), 콜롬비아(1.77명), 튀르키예(1.76명) 등이 2~5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도입해 2021년까지 20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하락 추세의 반전은 없었다. 예산의 대부분은 출산 및 영유아 돌봄 비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막대한 교육비 지출이나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손실 등 출산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보는 지표 중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라는 것이 있다. 전 세계 인간개발지수 그래프를 보면 HDI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 즉 잘살수록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우리의 사회적 통념과 부합하는 흐름이다. 그런데 인간개발지수 그래프를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 있다.

HDI가 0.95에 달하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국, 아이슬란드, 캐나다, 스웨덴 등이 이 지점에 해당된다. 과거에는 삶의 질이 HDI 0.9 이상 높은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잘살면 아이도 덜 낳는다는 통념이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면 아이도 더 많이 낳게 된다는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게 됐다. 실제로 OECD 주요국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높은 나라가 출산율도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25~64세 기준 기혼여성의 고용률(57.6%)은 미혼여성(71.6%)보다 낮아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혼여성의 취업유지율은 약 29.8% 포인트 감소한다. 여성의 육아부담이 경제활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중요하다.

결국 여성에게 더 많은 더 많은 사회적 참여와 기회, 권리를 주어야 출산율이 올라간다. 아이 낳았다고 2000만원의 현금을 쥐어주는 근시안적 사고로 출산율을 확대할 수 없다. 일하고자 하는 여성과 일하는 여성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시설의 확대, 여성들의 학습기회와 사회참여 확대, 출산 이후의 휴가 및 휴직 제도의 활성화, 탄력적인 근로형태의 정착 등이 확산돼야 한다. 이제 인구절벽 문제에 새로운 해법으로 접근할 때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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