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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한섬원에 거는 기대

입력 2022-10-05 14:18 | 신문게재 2022-10-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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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우리나라 섬은 고려시대 공도(空島)정책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에도 홀대를 면치 못했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당시 섬에 대해 별도의 기구를 세워, 온 나라의 섬을 직접 관장하자고 했다.


“별이나 바둑판처럼 벌어져 있고 작고 큰 것이 서로 끼어 있어 수효가 대략 천여 개인데 나라의 울타리다. 개벽 이래 조정에서 사신을 보내 이 강토를 다스리지 않았다. 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한번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 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다산은 유배지가 바닷가를 끼고 있는 강진인데다 형님 정약전은 흑산도여서 섬의 실정을 잘 알고 있었다. 다산의 바람은 고종 때 군부대신과 학부대신을 지낸 이도재가 실천했다. 갑신정변에 연루돼 완도 고금도에 9년 동안 유배된 그는 섬 주민들과 교류하며 이중삼중으로 혈세를 뜯기는 섬 주민의 고충을 알게 됐다.

1894년 해배(解配)로 고금도를 떠난 그는 전라감사로 돌아오고 1896년 흩어져 있던 섬들을 묶어 공동체를 만들었다. 지금의 완도군이다. 고흥·여수 등지의 섬들을 묶어 돌산군, 무안·영광·군산 등지의 섬들을 묶어 지도군도 탄생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1914년) 행정 개편으로 지도군과 돌산군은 다시 수백 리 밖의 먼 고을로 편입됐다. 만약 오늘의 완도군처럼 두 군도 살아남았다면 그곳 섬들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변방이던 섬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도 개발의 축에서 벗어났다. 그러다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현 섬발전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이고 실천적인 전국 차원의 섬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1988년부터 10년 단위로 도서종합개발계획이 시행돼 현재 4차 개발계획(2018~2027)이 진행 중이다.

다만, 여전히 과제도 있다. 교통기본권이 대표적이다. 만 65세 이상 육지 주민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지만, 섬 주민들은 아직도 비싼 운임을 내고 여객선을 이용하며 잦은 결항으로 발이 묶여 보편적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세계 각국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섬의 개발과 자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섬은 해양영토 확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자 삶의 터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섬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8년 ‘섬의 날’이 법제화됐다.

이와 더불어 2020년 ‘섬발전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섬 정책 컨트롤 타워인 한국섬진흥원(한섬원)이 지난해 10월 목포 삼학도에 설립됐다. 출범 1년째를 맞는 한섬원은 ‘미래를 잇는 섬, 세계로 나가는 섬’ 비전으로 섬 전반 연구와 네트워크 구축, 정보 플랫폼 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 한섬원이 수행해야 할 가장 긴급한 과제는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에서 2025년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약속했다. 한섬원이 섬 주민의 권익향상과 해양영토의 수호자로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 우리나라의 섬은 비로소 그윽한 수풀로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 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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