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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투명경영이 먼저다

입력 2022-10-17 14:18 | 신문게재 2022-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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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른 속임수를 꼬집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궁인들 중 예쁘게 생긴 여자들을 뽑아 남장을 시키고는 그 모습을 즐기곤 했다. ‘우리 임금은 남장한 미인을 좋아한다.’ 이 소문이 널리 퍼지자 반반한 여자들은 임금의 눈에 띌까해서 모두 남장을 했다. 그래서 영공은 대궐 밖 백성으로서 여인이 남장하는 것은 금한다고 포고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금지령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영공은 재상인 안영(晏瓔)을 불러 까닭을 물었다. 안영이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궐내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시키시면서 궐 밖 여인들의 남장은 금하고 계십니다. 이는 마치 ‘양두구육’과 같은 속임수입니다. 궐 밖 여인들의 남장을 금하시려면 먼저 궐내 여인들의 남장부터 못하게 하십시오.”


최근 ESG 경영가치 중 윤리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미국 드폴(DePaul)대학이 300개 대기업의 윤리경영과 경영성과 관계를 비교 분석했다. 윤리경영체제를 갖춘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배 이상의 주주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간판급 기업들도 잇따라 윤리경영을 경영 목표로 정하면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S그룹도 MS(Management System) 성립과정에서 이미 회사 구성원 모두의 합의를 거쳐 윤리경영관련 내용들을 공유해 왔다. 관계사별로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규범과 서약서 등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H그룹도 최근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공개 입찰과 전자 입찰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그래서 전 임직원들의 금품이나 향응 수수행위를 금하고 있다. S유통그룹은 윤리경영 준수 여부를 임원 승진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물론 임직원들이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부정 없는 원료 구매나 상품기획이 이루어져야 경쟁력이 강화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만드는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회사 차원의 깨끗함이 긴요하다. 바로 투명경영을 통한 열린 경영이다. 회사 차원에서 부동산 투기로 몫 돈 불리고 분식회계 그리고 자산과 경영의 부당한 세습을 자행하면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윤리 경영은 공염불이 되기 쉽다. 투명경영이 기반 되어야 민주경영도 가능하다. 그런 후 접대비가 줄어드는 건전경영, 인사와 협력 회사 선정과 운영에서 공정경영이 가능해진다. 또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경제적 성과 외에 이웃을 위한 자발적 공헌을 통한 사회적 성과도 멋지게 해낼 수 있다. 2002년 회계 부정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미국의 엔론(Enron)과 월드컴(Wordcom)은 파산했다. 그러한 타락은 암담한 자본주의의 실상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부랴부랴 회계분식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 법제정과 회계 감사인에 대한 규제시스템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2조원 이상의 자산을 아들에게 증여하고 100억원 정도의 세금만 물고도 합법이라고 우기는 한국 최대기업그룹도 있다. 이 판에 윤리경영은 양두구육일 뿐이다.

회사가 먼저 진짜로 변해야 한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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