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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베트남서 거세진 '짝퉁 K' 바람

입력 2022-10-20 14:17 | 신문게재 2022-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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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21년 중국과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를 무단 선점 당한 건수는 4997건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한국 브랜드를 가장 많이 무단 선점한 출원인의 국적이 중국이 아닌 베트남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에서의 무단 선점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필자가 소속된 특허법률사무소는 중국 상표 브로커에 대응하여 150건 이상의 승소를 기록했다 자랑한다. 그러나 처음엔 이런 아름다운 결과를 예상하기엔 현실이 막막했다. 2015년 국내외 상표브로커에 대한 대응 문제가 국가의 핵심 100대 과제로 선정되었다. 그 때 특허청은 가장 심각했던 중국 상표 브로커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 당시 중국 상표법에선 한국에서만 유명하고 중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상표들에 대한 보호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국 상표법의 모든 관련 규정을 조사하고, 중국 상표 판례, 중국 법률 학회의 원문을 대조하며 중국 상표 실무, 법조계에서 상표 브로커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그리고 그 당시 중국 상표법에서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 있는 법령과 법논리를 개발하여 특허청에 솔루션을 제안했다. 각 기업들이 해당 솔루션으로 중국서 상표 분쟁을 시작했고, 특허청은 중국 상표국과 수차례 소통했다. 결국 세계적으로 중국에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상표법이 개정되었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현재 어떠한가? 한국에서는 유명하지만 베트남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가 무단 선점되고 있어 2015년 당시 중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베트남에서 출원되지 않은 미등록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국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K-브랜드의 파워는 노래, 식품,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또한 2020년 11월 15일, 중국, 베트남을 포함한 주요 아세안 국가들과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최종 서명이 이루어졌다. RCEP 조항 11.27에서는 악의적 목적의 상표 출원에 대해서는 자국이 등록을 거절 또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반영한 베트남 상표법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필자는 기시감이 들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중국 상표 브로커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던 2015년 당시에도 비슷한 무력감을 경험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의 상표 판례, 중국 상표법 학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던 내용, 국제 사회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적극적으로 대응 논리를 수립해 중국 정부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중국 상표법은 결국 개정되었다.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지만 로마인이 아닌 타국인의 경우엔 로마법의 법취지와 세계 조약의 근거를 들어 공격적으로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베트남 시장이 우리에게 중요한 만큼 베트남 무단 선점 상표에 대한 대응도 능동적이고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 대리인들, 정부 기관이 합심하여 노력한다면 RCEP 협약의 취지를 반영한 베트남 상표법의 개정이 현실화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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