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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어제의 중국은 이제 없다

입력 2022-10-30 14:12 | 신문게재 2022-10-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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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역사에 불멸한 국가도 없지만 대대로 권세를 누린 독재자 집안은 더더욱 없다. 대체로 독재자는 가장 아끼던 측근의 손에 비참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시진핑은 무슨 근거와 영험으로 이미 개방사회와 자본경제에 물든 ‘샤이 공산국가’ 중국을 독식하고 통치하겠다는 것인가. 어디 한번 보자. 국제관계와 경제성장 없는 중국의 15억 명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참주정’(tyrannos)은 독재자를 위한 혼자만의 정치, ‘과두정’은 부자를 위한 정치, ‘민주정’은 빈자를 위한 정치라며 “바람직한 정치는 과두정과 민주정의 혼합”이라고 말했다. 참주정은 비합법적 독재권을 확립한 군주정치다. 기원전 7~3세기에 겉으로는 공동체를 위한다며 권력을 행사했지만 실제는 자신의 지배권을 굳히려 했던 군주들을 일컫는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는 독주의 술책이자 미끼로 보일 수 있다. 곧잘 성장하던 이웃이 이런 지도자와 이런 길을 간다니 실망스럽고 안쓰럽다.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을 지나야 할 가장 어려운 처지에 국가지도자가 조국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에서 만나는 중진국 함정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수많은 나라를 울리고 패퇴시켰다.

잘 나가던 나라가 이 구간에서 돈좌하는 이유는 이렇다. 자본에 비해 분배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극렬해진다. 지방에 따라 발전 속도 격차가 발생해 반목함으로써 협동과 단결이 분열된다. 스페인은 격렬한 카탈리나 분리주의 운동이 현재진행형이다. 공업 위주 성장으로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도시의 주택과 교육·교통 문제가 악화되고, 인권보호 주장도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농어촌의 낙후문제도 단골메뉴이다.

우리도 그 시기에 혹독한 외환위기를 겪었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온 국민의 희생과 단결로 넘겼다. 그 때 함께 고생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여전히 그저 그렇다. 우리는 희생과 갈등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복지, 인권신장과 환경보호를 크게 발전시켰다. 통과시간은 꽤 걸렸지만, 5년 단임의 잦은 정권교체 속에서도 자갈길 같은 중진국 구간을 잘 지나왔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가. 아무리 중국특색 사회주의(이게 말이 되는지도 잘 모르지만)가 우월하다고 믿어도 1인 독주가 나라와 국민에게 해로운 건 삼척동자도 안다. 중국 지성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 친구와 대통령과 총리자리를 멋대로 바꿔 가며 법을 피해 지금도 장기집권 중인 러시아의 푸틴이 벌인 무모한 전쟁의 소이를 보더라도, 그는 정상이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치풍향에도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극우정치인이 총리가 된 이탈리아, 총리가 두 달도 못 넘긴 영국, 여전히 사망한 아베가 정치에 살아있는 일본 등 현대판 국가봉건주의가 유행처럼 등장할지 모른다. 15억 명의 중국 노동력이 서구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날이 멀지않은 걸 정녕 모르는가. 코로나 도시봉쇄에서 보듯 걸핏하면 국민들을 가두고, 가로막고 하면 더 이상 어제의 중국이 내일엔 없을 것이다. 시진핑의 집권연장은 어제의 중국과 이별이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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