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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이태원 참사가 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이유

입력 2022-10-31 13:55 | 신문게재 2022-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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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9일 밤 ‘핼러윈’ 파티로 무르익었던 이태원의 밤거리는 참혹한 현장으로 돌변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태원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평소에도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밤 시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스러운 곳이다. 코로나 국면에 진행되지 못했던 핼러윈 파티를 이태원 식당과 클럽에서 진행한 것이고 거의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고 한다. 수많은 인파가 좁은 장소에 밀집되면서 참변이 발생했다. 실제로 이태원역 바로 옆에 위치한 해밀톤 호텔의 양쪽 골목은 이태원의 중심 거리에 해당된다. 하지만 매우 좁고 주말이면 많이 사람들이 오고가는 혼잡한 곳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해밀턴 호텔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 골목이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골목 앞으로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어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왔고 폭 4미터, 길이 40미터의 좁은 골목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사람들이 꽉 밀집되어 있는 상태에 가파른 경사길에서 넘어진 사람들이 겹쳐지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참사였다.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참사다.

‘이태원 참사’가 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첫 번째 이유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확인’ 때문이다. 외신에서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이번 참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겪었지만 우리의 안전 인식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의 즐거움이나 경제적인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의 보전과 안전의 유지다. 이번 참사는 출입 통제, 교통 관리, 구호 대응, 수습 과제 등 모두에 치명적인 허점을 보이고 있는 인재다. 밀집한 공간에서 제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점검 사항은 현장에 비상시에 안전이 확보되어 있는지를 모두가 확인해야 되는 ‘안전 의식’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사고를 사회적으로 공동 경험하면서 확인하게 된 것은 사고의 예방과 현장의 대응 그리고 수습의 단계였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사고의 예방이다. 적어도 좁은 골목으로 구성된 이태원에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인파가 몰린다는 사실에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일 자체야 말로 참사 그 자체다.

두 번째로 ‘이태원 참사’가 더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행정 당국의 무사 안일한 태도’다. 먼저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28일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고 경미한 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왜 예방책을 세우지 못했을까. 지역 관공서인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시 그리고 정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예고된 위험’조차 감지하지 못했을까. 이태원에 행사를 할 때면 곧잘 하던 지하철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까지 교통통제는 왜 하지 않았던 것일까. 교통 통제를 안했기 때문에 이번 참사가 났을 때 이태원 일대 도로가 마비돼서 구조 작업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10만 정도의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라면 왜 이태원역은 무정차 조치되지 않았을까.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거나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같은 행사의 경우 광화문역이나 여의나루역이 무정차 처리되었었다. 현장 상인들은 해밀턴 호텔 양 옆의 출입을 일찌감치 통제하는 경찰 인력이라도 있었다면 참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해밀턴 호텔 옆의 쪽문이나 클럽의 비상문을 활짝 열어 숨조차 가누기 힘들었던 인파를 분산 시켰더라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이번 일은 현실이 아니라 악몽이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다행일까. 고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고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위로를 전달 드린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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