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이태원 참사’가 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첫 번째 이유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확인’ 때문이다. 외신에서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이번 참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겪었지만 우리의 안전 인식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의 즐거움이나 경제적인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의 보전과 안전의 유지다. 이번 참사는 출입 통제, 교통 관리, 구호 대응, 수습 과제 등 모두에 치명적인 허점을 보이고 있는 인재다. 밀집한 공간에서 제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점검 사항은 현장에 비상시에 안전이 확보되어 있는지를 모두가 확인해야 되는 ‘안전 의식’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사고를 사회적으로 공동 경험하면서 확인하게 된 것은 사고의 예방과 현장의 대응 그리고 수습의 단계였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사고의 예방이다. 적어도 좁은 골목으로 구성된 이태원에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인파가 몰린다는 사실에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일 자체야 말로 참사 그 자체다.
두 번째로 ‘이태원 참사’가 더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행정 당국의 무사 안일한 태도’다. 먼저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28일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고 경미한 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왜 예방책을 세우지 못했을까. 지역 관공서인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시 그리고 정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예고된 위험’조차 감지하지 못했을까. 이태원에 행사를 할 때면 곧잘 하던 지하철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까지 교통통제는 왜 하지 않았던 것일까. 교통 통제를 안했기 때문에 이번 참사가 났을 때 이태원 일대 도로가 마비돼서 구조 작업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10만 정도의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라면 왜 이태원역은 무정차 조치되지 않았을까.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거나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같은 행사의 경우 광화문역이나 여의나루역이 무정차 처리되었었다. 현장 상인들은 해밀턴 호텔 양 옆의 출입을 일찌감치 통제하는 경찰 인력이라도 있었다면 참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해밀턴 호텔 옆의 쪽문이나 클럽의 비상문을 활짝 열어 숨조차 가누기 힘들었던 인파를 분산 시켰더라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이번 일은 현실이 아니라 악몽이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다행일까. 고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고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위로를 전달 드린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