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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양성평등의 힘

입력 2022-12-19 14:13 | 신문게재 2022-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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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저성장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릴 마중물로 여성의 고용기회 확대와 성차별 해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일찍이 저성장 극복의 해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를 강조했다. 양성 평등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신성장동력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영희 DX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오너가 출신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는 삼성그룹 내 첫 여성 사장이 탄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여성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유리천장’은 굳건하다. 과거 IBK기업은행장에 권선주 씨가 기용된 적은 있지만 양성 평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비오너 여성 최고경영인은 0.5%에 불과하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도 5.6%에 머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남녀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는 39개 조사 대상국 중 임금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격차율은 31.1%로 OECD 평균 12%와 격차가 크다. 경쟁국인 일본(21.1%)보다 월등히 높다. 1996년 OECD 가입 이래 26년째 꼴찌다.

2021년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 고용률 7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15~54세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62.6%다. 경력단절여성은 139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결혼 패널티가 상당하다. 결혼과 임신, 출산에 따른 보이지 않는 장벽이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각종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습적, 심리적 장애물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북유럽의 높은 출산률과 직장 복귀율은 양성평등적 정책의 산물이다. 회사 복귀율이 평균 60~70%에 달한다. 육아휴직 같은 지원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480일 유급 출산휴가와 90일 배우자 휴가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 도입 후 출산률이 1.7명대에서 2명으로 증가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과 기관은 앞다투어 여성 인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영리 재단인 게이츠 재단은 6개월 유급휴가와 2만 달러 장려금을 지급한다. 넷플릭스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주요 기술기업은 가족친화적 직장 환경을 조성해 우수 여성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육아휴직제 도입 비율은 30% 선에 머무르고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소득 3만 달러 이상 OECD 회원국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이 클수록 출산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 파트타임제 등 유연한 고용환경이 여성의 출산률과 고용률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연구는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기자본 이익률과 기업 투명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률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성장과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으로 여성의 고용 확대와 양성 평등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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