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인구대응과 집토끼론

입력 2022-12-14 15:13 | 신문게재 2022-12-15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9070901010005675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대는 변한다. 또 그 변화가 시대를 바꾼다. 변화의 끝판왕은 인구다. 시대변화를 앞에서 추동하고 뒤에서 추격하는 근원인자이자 모태변수다. 결국 인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뜻이다. 생사여탈을 가를 ESG만큼 강력한 분석화두로 뜬 인구구조의 상시대응에 나선 기업이 늘었다. 인구변화를 역풍에서 순풍으로 삼으려는 자연스런 혁신대응의 발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행보다. 인구변화는 세상이 달라짐을 뜻한다. 급변구조를 볼 때 완벽한 새판개막은 불가피하다. 먼저 경험한 선행사례조차 없는 한국적 신현상이란 점에서 힌트를 얻음직한 비빌 언덕조차 없다. 올곧이 스스로 직면·대응할 시대의제다. 해서 선제접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정책에 기댈 여유는 없다. 즉 인구감소는 받아들이는 수뿐이다. 실제 한국은 2021년부터 총인구감소 2호 국가가 됐다. 총력전을 펼쳐 본들 감소규모만 줄여도 충분히 만족스런 평가일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

시장은 쪼그라들고 기업은 다급해졌다. 이대로면 ‘인구감소→고객축소→매출하락→실적악화’의 악순환은 예고됐다. 끝없는 인구공급 덕에 승승장구하던 산업·기업은 축소지향형 사양경고 앞에 멈춰섰다. 만들면 팔리던 매스시장이 끝난 것이다. 변화체감은 구체적이다. 전형적인 연령산업이던 출산·양육·교육시장은 불황압력이 거세다. ‘웨딩홀→요양원’처럼 상권간판은 확연하게 변했다. 양적인 절대숫자뿐 아니라 질적인 가치변화까지 맞물린 거센 변화파고에 난파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매스시장이 순식간에 변량수급의 신체제로 뒤바뀐 결과다. 과녁이 변하면 사수도 움직여야 적중확률이 높아진다. 급박한 시대변화에 올라탄 고객확보·사업모델의 재검토가 필요한 배경이다.

발빠른 변화실험도 한창이다. 시장축소형 고객감소를 읽고 여기에 맞서는 신사업모델을 채택한 선구안이 대표적이다. 요컨대 ‘집토끼론’에 주목한 사고체계다. 고성장 때 먹혔던 펜스 외부의 산토끼를 잡으려는 집객전략은 파기된다. 대신 이미 고객명단에 확보된 집토끼를 정성스럽게 관리해 신규수요로 유인하는 접근법이다. 멀리 있는 산토끼에 공들일 시간·노력을 품안의 집토끼에 집중하면 인구감소 속 고객확보·매출증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비용대비편익의 가성비를 봐도 제격이다. 악재를 호재로 삼는 역발상의 전술이자 위기를 기회로 넘기는 신발상의 전략으로 이해된다.

사례는 적잖다. 아마존만 해도 집토끼론의 선두주자다. 온라인 유통업체로 시작했지만, 거대한 다국적 종합솔루션 플랫폼이자 오프라인 제조·유통·서비스까지 총괄하는 기술·자본기반 네트워크로 급성장했다. 아마존이 진출한 해외시장은 토종기업이 초토화됐을 정도다. 직접생산 제조품목만 200여개로 늘어난 밸류체인 탓에 역내제조까지 고사상태다. 아마존이 업의 본질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내세운 결과다. 한 두번 거래한 고객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그들이 필요한 일상수요 전체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키워낸 덕분이다. 한국의 카카오·쿠팡 등도 집토끼의 확장수요에 주목한 유사사례다. 종적인 고객감소를 횡적인 수요확대로 유인해 인구충격을 사업기회로 진화시켰다. 그렇다면 사양경고는 무의미하다. 나빠졌다면 올곧이 변화에 휩쓸린 것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