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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생산 제약(production constraint)의 시대

입력 2022-12-25 13:55 | 신문게재 2022-1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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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그들의 돈이 해외투자에 쓰이고 문화가치와 서비스산업을 발달시키는 동안, 세계는 큰 전쟁을 만들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후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개방한 지 40~50년 정도의 일이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연일 자국으로 생산기지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른바 ‘프렌드리 쇼오링’ 정책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은 물론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그런 반열에 들어오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고 공산권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대서양과 지중해, 발트해가 다시 강해지려 한다. 서방의 이런 반성과 결속을 앞당긴 이가 시진핑이다. 2013년 그가 등장하면서 중국은 기술 산업을 배우고 인민의 가난을 벗어나려는 나라가 아니라, 중화사상을 수출하고 무력을 키우는 공산주의 패권국가 모습을 보였다. 미국도, 유럽도 중국을 부유하게 만든 것을 후회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쓰디 쓴 소회 속에서 트럼프나 존슨 같은 국수주의와 극우주의자들이 등장하고, 대놓고 공산권과 이슬람을 견제하며 나아가 세계 공동번영의 질서에서 그들을 제외하려는 움직임들이 공공연해 졌다. 푸틴의 무고한 전쟁 도발은 유럽의 이런 지정학적 배경에서 발발했다. 시진핑 장기집권과 폐쇄적 봉쇄방역도 이런 국제 환경 속에서 나온 ‘미필적 자충수’다.

산업기술은 업무생산성과 설비자동화에서 발전하며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수리제어 공급과 배급, 수리이동과 수리공간의 세상을 불러들였다. 코로나는 기술기업들을 비대면 세상의 무소불위 기린아로 만들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의 시가총액은 거의 1경 원에 달했다. 우리도 크게 덕을 보고 있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의 비약적 발달도 그 폭풍의 언덕에서 일어났다. 일순간에 모든 객체에게 ‘디지털 트윈’이 필요한 또 하나의 시뮬레이션 세상이 된 것이다.

2021년 10월 초, 지중해 터키(트루키에) 연안 휴양지의 한 요트에서 초호화 생일파티가 열렸다. 빌 게이츠의 66세 생일이었다. 자가용 비행기로 도착한 50명의 초청자들은 대부분 컴퓨터사업을 기반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도 포함됐다. 그들은 우리에게는 비대면 기술과 무형상품을 팔아먹고, 정작 자신들은 대면 세상에서 유형으로 재미있게 살아간다.

20세기에 인간이 산업과 전쟁에서 흘린 피와 땀의 상당 부분을 산유국들이 천문학적인 석유수입으로 가져갔다. 그들은 이제 사막에 거대한 실내 공간세상을 짓고 월드컵 축구대회도 연다. 사우디는 아예 나라 자체를 실내로 옮길 태세고, 두바이는 이미 그렇게 했다. 빌 게이츠도 거대도시를 구상하며 수천만 평 땅을 사들였고,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친한 사람들을 옮겨 가겠다고 한다. 이게 진실이다.

지식의 강자들이 디지털 상품으로 자본을 거둬들여 필요한 것들을 다 만들고, 안전한 자기 공간으로 들어가고, 생각이 같고 친한 사람들과 산다. 모든 게 비대면 세상 같고, 소프트한 가치관이 통하고 유연한 관계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강하고, 대결하며, 배척하고, 제한하는 세상이 돌아온다. 그 중 제일 큰 변화는 바로 아무나, 아무 데서나 만들 수 없는 ‘생산 제약’이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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