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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이승기 사태 '법대로 정산'이 우선!

입력 2023-01-04 14:08 | 신문게재 2023-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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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나를 동생으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귀엽다고 하지만 정산은? 니가 뭘 알겠냐고♪, 크면 알게 된다고 까분다고 하지만 배신감은?”

이승기의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의 가사가 요즘 애절하게 들린다. 이승기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대표 권진영) 사이의 분쟁이 갈수록 진흙탕으로 빠지고 있다. 2006년 웃찾사 개그맨들의 전속계약 분쟁을 필두로 2009년 동방신기, 2011년 카라의 노예계약 논란 등을 겪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그렇게 한 단계 상승하는 듯 보였던 대한민국 연예산업은 이승기 사태로 연예기획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시계를 그 옛날 주먹구구 시절로 되돌렸다.

2022년 11월 이승기가 후크에 보낸 내용증명 통지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18년간 음원 정산금이 0원이라는 사실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던 12월 중순 후크는 기지급 정산금 13억원 외에 음원미정산금 29억원과 지연이자 12억원 전액을 이승기에게 지급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정산금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는 듯 했지만 싸움은 쉽게 끝날 수 없었다. 이승기는 후크의 50억원 정산금 계산법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밀린 돈이 아니라 누군가 흘린 땀의 가치가 누군가의 욕심에 부당하게 쓰이는 것에 분노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매일 배신감, 실망감, 원망과 자책을 반복한다고 밝힌 이승기는 지급받은 50억원을 서울대병원 등 사회에 기부했다.

‘국민 남동생’ 이승기는 18년의 가수 활동에서 137곡, 총 27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많은 히트곡들을 양산해냈다. 어느 매체의 추산치에 따르면 약 100억원의 음원 수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음원 정산액이 0원이라는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 권 대표가 거침없이 욕을 하면서 복수하겠다고 화내는 녹취록이 공개되고 각종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향정신성의약품 대리처방 의혹에 이어 법인카드 28억원 유용 시비는 권 대표가 6년간 명품 쇼핑, 여행, 미용 등 사치스럽게 사용한 사안에 대한 국세청 조사로 이어졌다. 권 대표는 뒤늦게 공식 사과했지만 이승기는 후크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권 대표 및 전현직 이사들을 업무상 횡령 등으로 고소하면서 민사소송도 예고했다.

왜 이리도 소속사의 정산 분쟁은 끊이지 않을까. 회계, 정산을 너무도 우습게 보는 매니지먼트업계의 뿌리깊은 부조리 관행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아무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매니지먼트업에 대한 감시가 있더라도 정산과 관련한 고질적인 병폐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만무하다. 결국 강제로 의무를 부과하고 형사처벌, 과태료 등 제재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 처벌만능주의라고 비판받겠지만 소속사의 정산 체질 개선에는 뼈를 깍는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 정산 분쟁은 K콘텐츠 발전에도 걸림돌이다.

문체부는 제2의 이승기 사태를 막기 위해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통해 연 1회 이상 회계 내역, 정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동법 제14조에 의한 보수 지급 지연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동법 제6조를 위반해 불공정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의 경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며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에 의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경우 시정 권고·시정명령 등 행정조치까지 내릴 계획이다.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로 KBS연기대상을 수상한 이승기의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대로 정산하라!”를 더 크게 외쳐야 한다. 소속사와 연예인이 서로 사랑하려면 ‘법대로 정산’이 우선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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