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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소멸지역의 엇갈릴 생존운명

입력 2023-01-08 14:39 | 신문게재 2023-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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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거세진 인구변화·소멸경고가 한국사회의 공기흐름을 바꾼 듯하다. 지역복원을 위한 균형발전 주장이 갈수록 세를 확장하고 있다. 방치된 일부주장에서 당면한 집단이슈로 업그레이드됐다. 더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절대다수의 삶의 변수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도시집중·지방과소의 불균형과 비정상이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본인행복을 위협하는 대형변수란 게 공유되면서부터다. 유력한 대응체계로 로컬리즘이 부각되는 이유다.

지역복원의 환경은 무르익었다. 도농격차의 불행파장에 맞서 정상회복을 위한 로컬리즘의 필요와 욕구가 커진 덕이다. 복원자원과 실행루트는 강화됐다. 당장 수동적이던 중앙정부가 시점변경에 나섰다. 아직은 아쉽지만, ‘중앙파워→지역하방’의 물꼬확장을 위해 제도지원에 돌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2022년 개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2023년 시행) 등으로 농산어촌의 복원토대를 구축했다. 재정지원의 새피수혈도 보강된다. 10년간 총 10조원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투입되는데, 2022년 1년차 89곳이 결정됐다. 2023년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도 가동된다. 일본의 히트상품인 고향납세를 차용, 재정확충·세제혜택·답례시장의 일석삼조가 기대된다. 10만원까지 공제되고 넘기면(최대 500만원) 16.5%가 적용된다.

중요한 건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으로의 시점변화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중앙종속의 제도·관행이 강고하다는 지적이 많다. 행정을 정치의 시녀로, 지방을 중앙의 속지로 여기는 제반환경은 굳건하다. 이로써 균형발전론이 무색하게 도농관계는 수도권의 일극집중화와 지방의 한계소멸론으로 귀결됐다. 예산·권한은 물론 산업·인구까지 극단적인 중앙블랙홀로 비화됐다. 때문에 최근의 변화기운은 반갑고 소중하다. 비정상·불균형의 역내분업·지역경제를 되살릴 호기인 까닭이다. 갈수록 자치분권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별자치’의 강력한 요구는 심화된다. 제주(2006년), 세종(2012년), 강원(2022년)에 이어 전북까지 법안통과를 내걸며 말 그대로의 자치행정을 설파한다.

관건은 실효적인 소멸대응과 성과창출로 모아진다. 하방결정이 옳다는 강력한 정황증거를 보여줄 때 자치분권은 확대된다. 줬는데도 못하면 지역의 미래는 더 강력한 중앙그늘에 포섭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염려는 구체적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자체 사업계획서만 봐도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고 익숙한 과거내용이 많아 설득력과 차별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급격히 악화된 지역한계를 볼 때 절실함과 시급성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단순히 예산확보용 보여주기가 아닌지 의심된다.

모처럼만의 복원기회는 소녀처럼 수줍게 왔다가 토끼처럼 날렵하게 사라진다. 무르익은 분위기를 지역복원의 실천화두로 풀어내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지역복원을 위한 로컬리즘에 표준모델은 없다. 229개 기초지자체는 229개 유일무이의 복원모델로 지역특화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게 좋다. 강점·약점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한 후 복원보물을 찾아내 매력적인 구슬로 엮어내는 지역만의 ‘온리원’이 권유된다. 아니면 지역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새는 바가지에 계속해 물을 집어넣을 중앙은 없다. 침몰이냐 부활이냐 고빗사위에서의 방향타진은 올곧이 지역에 달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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