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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누가 김연경을 욕하나

입력 2023-01-30 14:03 | 신문게재 2023-01-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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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지금 우리는 과연 같은 나라의 국민인가? 정치의 무한 갈등 속에 정치병은 난치병이 돼 사회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결혼이나 교제는커녕 같이 밥도 먹기 싫다고 한다. 

최근 여당의 당권 후보 김기현 의원이 인기 배구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응원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정치인의 일상처럼 그저 그러려니 넘어갈 일이지만 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의 악플 테러가 김연경의 SNS를 도배했다. 작년에는 또 어떠했던가? 월드컵 16강 위업을 거둔 태극전사들이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촬영한 뉴스에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우루루 쏟아졌다. 사방이 정치투성이다.

“식빵 언니, 우파였나. 실망이다” “2찍 언니 소름. 식빵이나 먹어라” “지금부터 김연경 안티하겠다. 태극기 집회나 나가라”…악플 내용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대통령 부부와 축구대표팀의 기념 촬영에 가해진 모욕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카데미 수상의 쾌거를 이룬 ‘기생충’ 영화팀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당시 야당 지지파는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영화인들까지 좌표를 찍어 욕했다. 2021년 9월 문 대통령과 함께 유엔을 방문한 BTS가 SDG(지속가능발전목표) 홍보 연설을 했을 때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측의 악플은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BTS를 왜 정치에 이용하느냐, 왜 가수가 유엔에서 연설을 하느냐 등 악성 댓글은 오로지 정치만 생각한 탓이었다.

김연경을 응원하는 댓글들도 그저 정치일 뿐이다. “국민의힘 지지자 일동은 애국 보수 김연경 선수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식빵언니 우파였구나. 구독완료” “연경신 개념차고 양심적이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등의 댓글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통령 영부인과 셀카를 찍은 조규성 선수의 처신을 두고도 댓글 전쟁이 벌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의 2연속 헤딩골에 다같이 감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정치적으로 마음에 안들면 응원은커녕 온갖 야유를 보낼 기세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팀도 각 정당마다 따로 조직해서 출전해야 하는가?

언제부터 스포츠인, 연예인까지도 정치적 잣대에 의해 이분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개탄스럽다. 정치 성향이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인격말살적 공격을 서슴치 않는 무리들은 정치병 환자들이다. 그런 선동세력은 민주주의를 잘못 배우고 맹목적 팬덤을 불순하게 악용하는 정치인들에게 휘둘려 온 집단이다. 물론 이 땅에 정치병 환자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상식과 인격을 갖춘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 성향과 개인 취향을 구별할 줄 안다. 지지 정당이 달라서 싫으면 그냥 안 보고 안 듣고 응원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스포츠인, 연예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정치적으로 활동할 자유도 있다. 선거 때마다 지지선언이 난무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각 정치진영의 폴리테이너처럼 대놓고 정치에 발벗고 나서는 스포츠인, 연예인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폴리테이너가 아닌 이들까지 정치로 내몰려야 할까? 행여 각자의 정치적 소신이 있다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러한 성향은 존중·보호돼야 하며 비난이나 훈육, 악플테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가뜩이나 과도한 진영싸움에 지쳤다. 가장 순수해야 할 예술과 스포츠 영역에 발들인 정치를 몰아내자. 정치인들부터 나서서 스포츠인 등을 정치 청정지역에 두자. 그들을 아낀다면 정치 홍보에 동원시키지도 말라. 미디어도 진영을 떠나 스포츠, 예술을 최대한 비정치적으로 바라보자. 정치는 정치인에 맡기고 정치색을 쫙 빼야할 때다. 우리가 김연경이고 조규성이며 BTS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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