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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인구문제도 정경협력을

입력 2023-02-06 14:11 | 신문게재 2023-0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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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맛난 음식을 위한 간보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계속해 간만 보면 때를 놓친다. 타이밍이 어긋나면 의미와 감동은 퇴색한다. 지나치면 불필요한 분노까지 부른다. 실망은 커지고 손님은 떠난다. 모든 건 ‘때’가 중요하다. 특히 정책은 타이밍이 관건이다. 시대변화에 맞춘 새로운 기준질서로서 정책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비용대비편익의 새로운 산식이 기존이익의 재조정과 맞물려 거부·저항을 낳겠지만, 최대다수·최대행복을 위한 정책변용은 불가피하다. 설명력이 떨어진 정책은 바꿔주는 게 옳다. 시대변화를 보건대 만능정책은 없어서다. 즉각적인 정책변화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상인 국민이 변하면 정책도 유기·탄력적인 변화흡수가 상식인데, 의외로 과거제도에 함몰돼 경직적인 회피경향을 띈다. ‘정책변화=이익감소’의 기존그룹과 불편해지기 싫어서다. 눈치는커녕 대변하기까지 한다. 인구대응만 봐도 그렇다. 인구변화에 맞춘 정책변화가 절실하나, 현실은 묵묵부답이다. 지속유지를 위한 제도수정 앞에서 ‘나몰라’로 눈과 귀를 닫는다. 묘책을 찾는다는 명분이나 헛된 망상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비난을 피할 수 있는 황금률은 없다. 일례로 ‘저부담·고급여→고부담·저급여’로의 (준)조세개혁은 회피불능의 시대의제다.

공포를 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확인된 현실만 정확히 보자는 취지다. 미래추계를 늘 하향돌파하는 현재시점의 실현숫자는 놀랄 정도로 파괴적이다. 인류역사상 한번도 경험 못한 인구통계를 한국은 스스로 갈아치우며 매년 신기록을 세운다. 일정규모의 정상국가 중 압도적 꼴찌성적표다. 실제 2022년 출산율은 0.75명(2분기)에 수렴될 듯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0.06명씩 줄었다. 유지선(2.1명)과 위기선(1.3명)도 40년·20년 전에 깨졌다. 이대로면 12년 후 출산율은 제로에 닿는다. 물론 기계적인 셈법으로 실현확률은 없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행보란 건 팩트다.

전무후무한 급진적 자멸궤도는 시작됐다. 그간의 인류생존과 구분되는 다른 길을 택한 한국상황에 세계도 주목한다. 현실통계를 보건대 시간은 없다. 일단 시작하는 수뿐이다. 인구변화발 구조개혁의 판부터 벌인 후 치열한 논의와 정밀한 조정이 후행해도 괜찮다. 간만 보다 시간을 날리는 무책임보다는 낫다. 첫발조차 못 떼면 실기(失期)의 손실분만 커진다. 없는 묘책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다. 대증처방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는 솔직하되 힘겨운 충격요법뿐이다. 외상장부를 가려본들 알량한 조삼모사(朝三暮四)에 가깝다. 본인가식·미래기만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필요한 건 새로운 시선과 달라진 접근이다. 즉 ‘인구대응=정부역할’의 고정관념은 수정대상이다. 공익증진의 신탁의무를 부여받은 정부지만, 인구문제만큼은 녹록치 않다. 고용·주거부터 인프라·서비스까지 녹여든 다함수의 인구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구조개혁에 따른 이해조정조차 쉽지 않다. 이때 능력자의 발탁은 자연스럽다. 저성장의 자원감소를 혁신적인 시장확대로 풀어낼 기업등판이 그렇다. 기업도 달라진다. ‘그린워싱’에도 불구, 사회문제의 해결주체로 급부상한 ESG의제를 진지하게 흡수한다. 정부(공공)가 앞서고 기업(영리)이 보태면 한국판 ESG의 핵심뿌리인 인구문제도 수월해진다. 이인삼각 경기처럼 저출산·고령화를 풀어낼 새로운 정경협력이 바람직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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