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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입력 2023-02-15 14:07 | 신문게재 2023-0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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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최근 가까운 지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끼는 동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지인은 너무 마음이 아파 모래알 같은 밥알을 삼키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함에 잠도 제대로 못 잔 지 오래라고 했다. 마음이 몹시 아팠지만 섣부른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다 혹여 더 마음 상할까 염려되어, 마땅한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하고 그저 옆에 앉아서 함께 애꿎은 커피만 두 잔이나 마셨다. 얼마 전에는 아끼는 제자가 일상생활 중 넘어져 고관절 골절이 되었다. 부득이하게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했고 최근에 만났을 때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지만, 답답함과 불편함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살다 보면 우리 인생 굽이굽이 크던작던 예상치 못 한 복병을 만나기 일쑤인 것 같다.


작가 박완서 작가가 떠오른다. 작품을 통해서 우리 말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을뿐더러 감칠맛 나는 표현으로 인생의 이런 모습 저런 모습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분이다. 전쟁을 거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해 나가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표현해내는 동시에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은 성찰도 해 볼 수가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던 사회 속에서, 개인적으로도 깊은 아픔을 겪은 터에 어쩌면 그분의 작품이 우리 독자들에게 더 깊이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박 작가는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던 지난 1988년 남편을 병으로 먼저 잃고, 바로 석 달 만에 스물다섯 살의 젊은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남편과 서울의대에 다니던 젊은 아들을 앞세우고 그는 아주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자식 잃은 참척(慘慽)의 고통과 슬픔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도 기차가 달리고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이 유치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참아줬지만, 중략… 아아, 내가 만일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정말 있다면… 내 아들의 생명도… 실수도 못 되는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장난처럼 거두어간 게 아니었을까? 하느님 당신의 장난이 인간에겐 얼마나 무서운 운명의 손길이 된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작가는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누구든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 어떤 일이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현실이 갑자기 나에게 왔을 때 과연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 작가도 결국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그 누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마음으로 깨닫고, 깊은 상처를 간신히 추스르셨다고 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의 명언 중 기억에 남는 표현이 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니 받아 들여라(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이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서 살면 인생이 좀 더 수월해질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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