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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투자는 개인전이다

입력 2023-02-19 14:11 | 신문게재 2023-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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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어찌하다가 주가지수 100포인트 즈음에 시작한 애널리스트 생활을 40년이 넘게 시장 언저리에서 하고 있다. 1981년 삼성전자 1주의 최저가가 600원(액면가 500원) 정도였다. 매출액은 3000억 원이 조금 넘고, 총자산은 3000억 원이 채 안됐다. 자기자본은 500억 원 정도라 온통 빚투성이 회사였다. 금성사(현 LG전자)를 더 쳐주던 시대였다. 그 무렵 고 이건희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부친의 지분을 서서히 물려받기 시작했다.

그런 삼성전자가 풋내기 투자전문가로서 좋게 보였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엔 결재 라인의 반대가 심했다. 1985년 경에야 조금 편입을 시작했지만, 주가가 출렁이면 상부의 압박에 자주 팔아야 했다. 그런 삼성전자가 300조 원 넘는 시가총액에 자기자본만도 330조 원 정도다.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 일가는 여전히 대부분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년 배당만 받는다. 누가 이 회장 가족의 역사적 수익률을 이길 수 있겠는가.

최근 논란이 많았던 둔촌동 주공아파트는 1981년 당시 필자의 경험으론 34평 한 채에 1500만 원 남짓이었다. 재건축 기대감을 담아 평가해보자면 요즘은 20억 원을 조금 넘게 호가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것도 엄청난 투자수익이지만, 같은 기간의 삼성전자 주식을 비교해 보면 주식과 주택의 투자는 더 설명이 필요없다. 장기우량주를 고르면 주식이 단연 매력적이다. 그런데 왜 시장에선 그렇게 하지 않는가.

미국 투자전문가 필립 피셔는 1950년에 산 주식을 2000년 이후까지 보유해 후배들의 귀감이 된 바가 있다. 텍사스 인스투르먼트가 그 중 하나였고, 수제자가 워렌 버핏이다. 투자자 혼자 힘으로 투자기업 주식을 고르는 일은 중요하다. 주식은 개인전이다. 일반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려 ETF나 공격적 지수선물의 인버스, 곱버스 같은 집합성 투자상품들이 즐비한데 이런 상품들의 성과는 대체로 시장 움직임에 하릴없이 연동된다.

당초 상품 설계와 달리 반대로 주가가 흘러 투자자에게 압도적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운용사만 해도 수익성과나 재무적 기반이 평소 자랑에 비한다면 그리 대단치 못한 편이다. 그렇게 미래 투자시장을 잘 본다면, 정작 자기들 성과나 수익성은 훨씬 더 좋지 않겠나. 하지만 회계자료도 잘 이해 못하는 하이브나 네이버 대주주 같은 과학기술자이나 문화예술 창업인 가운데 하루아침에 조 단위 부자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주식으로 돈을 벌려는 청년들이 시장 주변을 돌고 있는 듯 하다. SNS 커뮤니티 활동이 익숙한 세대라, 다양한 온라인상의 정보공유나 집단행동 소지가 농후하다. 여럿이 투자 공부를 하는 것은 좋지만, 알고리즘은 변이와 선택과 집단화가 불연속적으로 이어져 매일 진화한다. 그래서 장시간 어느 도식의 압도적인 승리는 없다. 투자는 AI가 나와도 오롯이 혼자의 몫이다. 전문가는 조언자다.

우리나라는 주식이든 주택이든 투자시장에 전문직업인들이 자가당착에 빠져 사는 딱한 사람들이 참 많다. 봄 기운을 타고 주가가 조금 오르려 한다. 제법 기대가 되지만, 그래서 또 누군가의 무책임한 허언과 고객 노략질이 고개를 들 수 있다. 힘들겠지만, 투자자는 스스로 지혜롭고 홀로 강해야 한다. 투자는 심리가 아니라 실리다. 삼성전자도 제법 들여다볼 만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입 좀 다물자.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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