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

입력 2023-03-15 14:08 | 신문게재 2023-03-16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박종구
박종구 초당대 총장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경쟁국인 대만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추월 당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2021년 대비 7.7% 줄었다. 대만은 하락폭이 6.8%에 그쳐 양국간 국민소득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소득 역전은 한국 경제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음이다. 우리 경제는 몇 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과 과도한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분위기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성장률이 OECD 평균을 하회했다. 올해는 1%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합계출산률 0.7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가파른 고령화로 2025년 노인인구 비율이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이어 총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절벽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제조업 제고율이 1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재고가 심각한 수준이다. 성장 엔진인 수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 둔화로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이 25%선에서 22.8%로 감소했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3000조원에 육박해 지난 5년간 30% 이상 급증했다. 전세보증금 포함시 가계부채 비율이 OECD 1위로 올라선다.

저성장과 저고용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투자가 되살아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충격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 증가율은 -0.8%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부진했다.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늘리기 보다 해외투자를 더 확대했다. 지난 20년간 해외투자는 11.6배 증가한 반면 국내 투자유치는 2.4배에 그쳤다.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귀국노조와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바로 잡지 않으면 ‘마의 3만 달러’를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은 높은 고용비용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300인 이상 기업의 97%가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고 역설했다. 세계 최강의 덩어리 규제하에서 기업의 창의와 열정은 실종된다. 갈라파고스 규제가 무성하다. 규제공화국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장잠재력의 복원은 요원한 과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대 교수는 고령화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대졸생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적극적으로 이민 문호를 개방해 생산인구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결혼·임신 페널티를 최소화하는 젠더 정책이 시급하다. 과감한 혁신과 도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