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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지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예술

입력 2023-03-16 14:03 | 신문게재 2023-03-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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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 이미란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청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래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노래는 봉사입니다. 위로, 이해, 아름다움과 평화를 얻으려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위대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성악가의 의무죠.”


2019년 처음 내한해 ‘전쟁과 평화’에 대해 노래했던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는 지난 16일 4년 만에 다시 찾은 내한 무대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주제로 환경문제에 대한 예술적 고찰을 담아냈다.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역인 예술이 달라지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미적 충족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조이스 디도나토처럼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곡가 정재일 역시 지난달 환경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앨범 ‘리슨’(Listen)을 발매했다. 앨범 제목 ‘리슨’에는 많은 고민의 이유와 흔적이 담겼다. “내 안에서 하는 말, 다른 사람들의 말 그리고 지구가 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 밝힌 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냈다.

예술을 구현하는 아티스트 뿐 아니다. 예술을 담는 그릇인 공연장들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귀 기울이며 의미있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는 2013년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며 발표한 ‘10년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폐기물 재활용과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20% 절감, 폐기물 재활용률 85%, 두건 이상의 환경 관련 어린이 및 가족 참여 프로그램 제작 등 극장 운영 전반에 친환경 사례를 적용해 실천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 역시 203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하는 ‘시어터 그린북’(Theatre Green Book) 지침을 마련했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핵심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프로덕션 운영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며 지속 가능한 극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롯데콘서트홀 역시 지난 3월 자체 기획공연부터 지구 환경을 위한 소소한 실천을 시작했다. 관객에게 판매하는 프로그램북은 티켓 판매비율과 여유분을 고려해 넉넉하게 제작하는 것이 인쇄단가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여유의 미덕이 늘어나는 만큼 폐기되는 종이의 양도 늘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물 프로그램북 소장을 원하는 관객을 위한 인쇄물은 최소한으로 제작하고 해당 공연 예매 페이지에서 공연당일 PDF로 프로그램북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제 공연장 로비에서 종이를 넘기는 대신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보며 공연에 대해 숙지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늘기 시작했다.

예술가와 공연장이 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는 단순한 환경 보전을 넘어 인간과 공존하는 생태계를 대하는 평등한 시선에서 기인한다. 지구의 아픈 속삭임도 귀담아 듣기 시작한 예술이 속삭인다. 아름다움은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도 깃들어야 한다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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