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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MZ의 이상해진(?) 이상모델

입력 2023-04-10 06:00 | 신문게재 2023-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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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
자녀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란 없다. 최대한의 유무형 가용자원을 투입해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바란다. 그럼에도 순탄하게 부모가 원하는 인생경로에 진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서 자식농사는 만만찮다. 저항도 갈등도 일상사다. 동시에 대개 승부는 자녀승리로 일단락된다. 자녀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다. 안타깝고 서운하나 적당한 수준에서 이해·수용하는 방법뿐이다. 타협하지 않으면 무한대결 속 상황악화는 기정사실이다. 뜻하지 않은 애증만 서로를 괴롭힌다.

실제로 현실에는 부모자녀간 가족분란이 많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념 혹은 성숙단계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이는 한국의 특수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부모자녀의 관계설정이 매끈하게 분리·독립되지 않는 독특한 역사·인식경로 탓이다. 즉 가족분화를 통한 자녀독립이 부드럽지 않다. 스무살 안팎이면 1차 가족과 분리하는 서구문화와 꽤 비교된다. 자녀를 본인과 동일시하거나 ‘자녀출세=부모성공’의 등식이 건재한 까닭이다. 소유물로 인식하는 부모마저 흔하다. 자칫 거리두기는커녕 상호의존만 심화되며 1인분의 자녀인생은 좀체 펼쳐지기 어렵다.

더는 아니다. 당장 자녀부터 달라졌다. 색다른 가치관·기호로 무장된 MZ세대는 부모세대와 달리 이상(異常)한 이상(理想)모델을 흡수하는 모양새다. 부모가 추종하던 인생경로에 물음표와 의심부호를 달기 시작했다. ‘고학력·대기업’형 성공모델이 그렇다. 하물며 입신양명은 불문가지로 거부된다. ‘개천 용’의 계층이동은커녕 부모찬스 없는 역전불가의 금권중심적 시대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헝그리정신을 낳은 현재고통·미래편익의 교환가치도 부정된다. ‘열심히’보다 ‘우연히’를 믿듯 노력보다 행운이 중시된다. 희석된 향상의욕은 눈앞의 현실만족으로 치환된다.

이로써 MZ세대의 이상모델은 재구성된다. 환경변화에 맞춰 기준값(디폴트)을 뒤바꾼다. 성공인생의 구성조건을 부모세대와 구분·분리한다. 당장 눈높이가 낮아졌다. 인생목표의 KPI(핵심성과지표)로 달성가능성을 우선한다. 과도한 목표설정이 빚어낼 현실세계의 갈등·실망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원천봉쇄 차원이다. ‘소유/욕구=행복’에 맞춰 소유확대보다 욕구조절에 집중한다. 갑갑해진 현실냉소 혹은 영민해진 상황인지 중 하나다. 냉엄한 시대악재를 받아들인 소극적인 인생모델 아니면 현실타협이 빚어낸 계산적인 목표설정으로 이해된다. 보여지는 가식성과보다 스스로의 행복가치를 우선한다.

부모도 변한다. 살아보니 인생본질을 깨달은데다 무리수를 추종한들 성과·만족이 힘들다는 경험법칙이 한몫했다. 바늘구멍의 외부·비교적인 족쇄·굴레를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다. 중년부모의 경험경로도 자녀세대의 달라진 이상모델을 응원·지지한다. 신인류로 불리던 X세대가 벌써 ±50대에 진입한 결과다. 중년특유의 꼰대의식보다 ‘질서vs.혁신’을 아우르는 양수겸장에 익숙한 신중년의 등장인 셈이다. 인지부조화의 내로남불·이중잣대를 거부하고 확증편향의 귄위세대에 대항한다. X세대 신중년은 고리타분한 인생모델보다 내적만족의 자녀인생을 중시한다.

시대변화에 올라탄 모델변용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좋고도 옳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함몰될 MZ세대와 X세대가 아니다. 똑똑해졌고 솔직해졌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의 과거표준은 설땅을 잃었다. 자녀인생을 지배할 가치판단은 달라진 인구구조를 볼 때 한층 급격한 미래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가 변하는데 과거만 고집해선 곤란하다. 표준어는 MZ세대의 달라진 언어·문법으로 규정된다. 부모의 자기확신이 자녀의 혁신미래에 방해가 되지 않는 뉴노멀이 필수다. 부모훈수의 삶인지, 혁신도전의 삶인지 자녀세대의 앞날은 순전히 그들 몫일 수밖에 없다.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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