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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승자의 저주

입력 2023-12-19 14:12 | 신문게재 2023-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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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란 말은 1950년대 미국의 정유업계가 석유시추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멕시코 만 등에 상당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많은 미국 기업이 경쟁적으로 시추권 경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전에 매장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만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석유 매장량이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 사례를 연구한 정유사 기술자 세 명이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때의 상황을 ‘승자의 저주’라고 명명함으로써 개념이 정착됐다.

 

이후 ‘승자의 저주’는 기업이 무리한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다 좋지 못한 결과를 맞게 될 경우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국내 기업 M&A시장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에 대우건설, 2008년에 대한통운을 인수합병하며 단숨에 재계 7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져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비싼 값에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물론이고 금호타이어, 금호고속 등 기존 계열사까지 매각했다. 

 

하림그룹이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외형만 보면 자산규모  17조 원인 하림그룹이  자산 25조8000억원으로 덩치가 더 큰 HMM을 품게 돼, 벌써부터 재계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벌크전문선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을 충분히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이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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