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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과 도로 위 계급장

입력 2024-01-18 06:46 | 신문게재 2024-0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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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김태준 기자
올해부터 판매가격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이 장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제 혜택을 받으며 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업무용차의 사적사용을 막을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다. 연두색 번호판을 단 고급차가 주말에 유원지나 호텔에서 발견돼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법인 사업자가 주말에 법인차를 업무를 위해 사용했다고 운행일지에 적으면 사적사용이 손 쉽게 업무용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정부도 연두색 번호판 정책 시행에 대해 ‘법인들이 스스로 업무용 승용차를 용도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뾰족한 제재 방안이 없자 수입차, 렌트카 업계에서는 법인 사업자가 8000만원 이상의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국산 고급 승용차도 선택옵션을 추가하면 8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달리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 변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승용차는 8000만원 이상의 자동차로 국민들에게 인식 될게 뻔하다. 또한, 연두색 번호판의 법인차 소유주는 법인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나 임원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질 수 있다. 즉 연두색 번호판이 이 시대 새로운 계급장이 될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정부가 자동차 번호판 하나로 부자와 서민을 갈라놓는 부작용을 만들어 놓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업무용차에 세제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업무용차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고, 출·퇴근 금지 등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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