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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콩ELS폭탄, 누가 책임을 지나

입력 2024-01-22 09:04 | 신문게재 2024-0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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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 사진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홍콩H지수가 오르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묘수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원금이 반 토막이 나자 ELS를 판매했던 모 은행 직원은 이렇게 탄식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지수가 오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최근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에 2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0조2000억 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현 추세라면 6조원대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초 1만~1만2000선까지 올랐던 H지수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5000선에서 횡보중이다.

해당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했던 은행권에선 중화권 증시가 이렇게까지 침체될 줄 아무도 몰랐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중국을 관세폭탄 등으로 전방위 압박해온 것을 우리는 보았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임기제한을 깨면서 장기집권에 들어섰다.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엄격해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홍콩증시에 반영되며 H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시장 환경변화에 선제적인 조치와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방심 혹은 무능했다는 평가가 이래서 나온다. 게다가 은행들이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시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높은 배점 비중을 부여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경영정책 및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투자자 보호 보다 은행의 이익만 추구했는지.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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