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새문안通

[새문안通] '의정갈등' 피로감

입력 2024-03-12 14:05 | 신문게재 2024-03-13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아무튼 총선 끝날 때까지는 아프면 안돼.”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들과 정부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한 친구가 불쑥 한 말이다.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배경에 여권의 총선 전략이 있다는 데 모임에 참석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 이슈가 여론의 호응을 받자 총선 때까지 2000명 증원 밀어붙이기 방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실과 여당 안팎에선 의대 증원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는데 대해 고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난달 말부터 소폭 상승한 윤 대통령 지지의 가장 큰 이유로 의대 증원이 꼽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 집단행동에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여론이 아직 정부와 여당의 편에 서있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의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영한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고 그동안 의료 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과연 정부 여당에 유리하기만 할까.

이미 의료 현장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진은 지칠대로 지쳤고, 환자들은 수술연기 등으로 하루하루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 마저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려 하고 있다. 끝없는 의정갈등에 국민들의 피로감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물론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의료대란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의사들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지지율과 총선 때문임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지지율 상승은 역풍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 물 -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