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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컬렉터에서 페어 창립자로, 저마다의 원앤온리를 찾아서!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오로지 예술”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4-03-29 18:30 | 신문게재 2024-03-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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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페어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전에 벌써 저는 너무 많은 아트페어를 계속 다니고 있었어요. 작년만 해도 한달에 한번 이상 갔으니까요. 생각의 방향과 시야를 조그만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흔쾌히 아트페어 (론칭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이유죠.”

‘아트 오앤오 2024’(ART OnO 2024, 4월 19~21일 세텍 SETEC) 론칭 준비에 한창인 노재명 대표는 “매달 아트페어를 방문하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예술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컬렉터였던 그가 아트페어를 시작한 것도 역시 “아트가 좋아서”다.

“아트 바젤(Art Basel)로 마이애미를 그렇게 많이 방문했는데도 바닷가를 가본 적이 없어요. 원래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어요. 아트 외에는 흥미가 없어요. 딱히 취미도 없는데다 마땅히 다른 데 쓸 에너지도 없어서 오로지 ‘아트’에 집중하죠. 그래서 아트 페어를 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아트페어를 다니면서 느꼈던 좋은 점은 반영하고 안좋았던 점은 개선하면서요.”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페어명 ‘오앤오’는 ‘원 앤 온리’(One and Only)의 의미로 “50개 컬렉션이 있으면 50개가 다 달랐으면 좋겠다”는 컬렉터로서의 철칙이 반영된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슬로건은 “영, 프레스 벗 클래시‘(Young, Fresh But Classy)다.

“새롭거나 젊다는 게 아트의 영역에서는 퀄리티가 낮은 걸로 인식되는 경우들이 좀 있잖아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개인 컬렉션에도 너무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있죠. 과거에는 ‘왜 그 돈을 주고 이 작품을 사냐’고 정말 많이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그 작가 작품을 어디서 사냐’고 물으시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의 그런 변화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죠.”


◇컬렉터에서 아트페어 창립자로, 어쩌면 당연한 수순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키아프와 프리즈 덕분에서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금이 더 중요하고 생각해요. 로컬에서도 건강하게 작가들, 갤러리들이 성장하고 해외 갤러리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국내 갤러리가 해외로 진출하기도 해야 하는 상황이죠.”

시작은 컬렉터였다. 미국유학 중이던 고등학교 때 주변 친구들이 에디션, 아트토이, 프린트 등을 모으는 걸 보고는 그 역시 “이걸 왜 비싸게 사냐?”고 묻곤 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우표, 동전, 신발 등 항상 뭔가를 모아왔던 열여덟의 그는 몇 달 뒤 예술품 컬렉터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

“낯선 미국 땅에서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쇼핑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 문득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나에게 좀더 오랜 시간 남을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때였죠. (꽤 여러 점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카우스(KAWS) 등이 그 시기에 친구들과 모은 것들이에요.”

당시에는 몇백 달러였지만 현재는 꽤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카우스를 비롯한 200여점(아트토이, 프린트, 에디션 제외)에 이르는 그의 컬렉션은 지난해 꾸린 신촌 부근의 수장고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어머니의 영향도 커요. 워낙 문화, 예술 등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미술관, 해외여행 등을 데리고 다니셨죠. 컬렉터라기보다는 지역작가 후원의 개념이긴 했지만 지역작가 작품들을 꾸준히 지금까지도 구매하고 계시고 광주비엔날레 등에서도 작품을 구매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예술작품을 돈 주고 구매하는 행위가 이상하거나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집요함이 만들어낼 다름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저는 오랜 시간 컬렉터였고 앞으로도 컬렉터일 거예요. 대부분의 아트페어들은 페어 출신이거나 갤러리스트들이 주축이죠. 구매자 입장도 당연히 고려하시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을 시작한달까요. 페어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는 것과 직접 가는 사람으로서 볼 때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양쪽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컬렉터로서도, 아트페어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도 기준은 ‘재미’예요. 목적과 취지 자체가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에 기존 페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흥기를 맞은 한국 미술시장에는 크고 작은 아트페어만 60개가 넘는다. 그는 “국내 시장은 명확하다. 어느 정도 사이즈 이하의 페인팅이나 이미지들이 선호된다”며 “명확한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아트라는 영역은 너무 다양한데 너무 많은 페어들이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마켓 한 가지의 목적이 너무 강하게 독보적이다 보니 취향의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중요한 건 저에게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페어인지였어요. 그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일즈 외에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젊은 작가, 젊지는 않지만 기존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을 선보이는 장(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 시장에서 꽤 오랜 연차의 컬렉터가 론칭하는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의 차별점은 재미와 편의성 그리고 갤러리와 예술가들에 대한 존중이다. 이에 그의 고민은 판매액, 방문자수 등 비즈니스 보다는 “얼마나 재밌고 방문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다.

“그럼에도 주는 아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어에는 부대행사들도 많아요. 대부분의 페어에는 보여지기만 하는 행사들이 많죠. 아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페어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아트 오앤오를 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기도 하죠. 그래서 아트 오앤오는 아트가 좋아서 저희 페어에 오시는 분들을 위한, 아트가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일단 제가 재미있지 않으면 오시는 분들도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너무 많은 페어가 있지만 저마다 비즈니스적인 부분만 걱정하지 재밌는 페어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걸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덜 불편할 것 같다, 이 부분을 개선하면 컬렉터들이 기분 좋게 페어를 돌아볼 수 있다 등이 첫 번째예요. 그게 비즈니스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기분이 좋게 둘러보다 보면 작품을 더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테고 그렇게 구매로 이어지면 갤러리들한테도 좋을 테니까요.”


◇대형 갤러리 옆에 소형 갤러리, 신진 갤러리 옆에 오래된 갤러리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대부분의 페어들이 전시를 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없어요. 사실 페어에는 갤러리도, 컬렉터도 중요해요. 물론 컬렉터들이 많이 방문해야 의미있고 활기를 찾겠지만 결국 이를 위한 콘텐츠를 채우는 건 갤러리거든요. 대부분 페어들이 정작 예술가와 컬렉터를 직접적으로 잇는 갤러리를 위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컬렉터들, 예술가들은 물론 갤러리에서 일하는 분들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간식 등 세심한 데까지 신경쓰려고 노력 중이죠. 그래도 힘드실 거거든요.”

그리곤 “갤러리들 뿐 아니라 컬렉터들, 기자분들 등 페어에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좀 세심하게 챙기려고 한다”며 “같이 일하는 분들은 제가 좀 집요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그 집요함이 결국 다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그가 집요하게 챙기는 갤러리와 그들이 출품하는 작품 또한 아트 오앤오의 차별점 중 하나다. 갤러리 샹탈 크루젤(Chantal Crousel),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소속된 에스더 시퍼(Esther Schipper), 드비어 갤러리(Dvir Gallery), 펄 램 갤러리(Pearl Lam Galleries), 니콜라스 크루프 갤러리(Nicolas Krupp Gallery),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 페레즈 프로젝트(Peres Projects), 카뎃 카펠라(Cadet Capela), 아라리오 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 바톤, 기채,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 갤러리2, 실린더(Cylinder), 갤러리하야시 아트브릿지, 게더링, 야리라거 갤러리, 미사코앤로젠, 탕 컨템포러리 아트, 츠타야, 펄렘갤러리, 갤러리 징크, 피비갤러리, P21, 갤러리 까비넷, 띠오, 서정아트….

“좋은 갤러리가 좋은 작품을 보일 수 있는 게 목표”인 아트 오앤오는 참가 수를 딱히 정해두지 않고 오롯이 작품의 질, 유니크함 등만으로 참가 갤러리들을 추렸다. 여타의 아트페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혹은 유명 갤러리도 있고 낯선 이름들도 있다. 아트바젤 등 글로벌 유명 페어에서 인정받은 대형 갤러리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페어들이 대형과 소형, 신진과 오랜 갤러리들을 명확하게 구분해 부스를 차리죠. 아트 오앤오에서는 아주 대형 갤러리 옆에 소형 갤러리가, 신진 갤러리 옆에 오래된 갤러리가 있는 풍경을 보고 싶었어요.”

노 대표의 말처럼 “첫해이고 기업의 형태도 아니고 아트 관련 일을 해왔던 사람이 아닌 창립자임에도 많은 갤러리들이 궁금해 하고 그 취지에 동참을 결정한” 이유는 그저 ‘퀄리티’에만 포커싱하는 아트 오앤오의 기준 그리고 신선함이었다.

“크든 작든 갤러리들이 공통적으로 새로운 걸 한다는 데 긍정적이었어요. 스스로들 재밌어 하더라고요. 보통의 페어들은 대형작품, 블루칩 작가들을 해달라고 하지만 저희는 가능성이 있는 젊은 혹은 신진작가들 작품을 주로 출품해줄 것을 부탁드렸어요. 비용이 있으니 인기 많고 잘 팔리는 작가 작품을 아예 출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비중을 기존과는 반대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죠.”


◇‘원 앤 온리’ 우리만의 색을 찾아서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저희 아트페어는 편집숍이고 싶어요. 대형 아트 페어들이 백화점이라면 저희는 셀렉트숍이죠. 그래서 우리만의 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당장 테크닉적으로나 규모 면에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작가든, 갤러리를 떠올렸을 때 특유의 이미지나 색이 있다면 성공한 거라고 믿는다. 아트페어 역시 마찬가지”라며 “미흡한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채워넣고 발전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아트 오앤오가 제일 좋은 페어다 혹은 앞으로도 제일 좋을 거다, 그렇게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저 ‘원 앤 온리’ 이름대로 생각하죠. 그래서 우리만이 가진 색깔이 뚜렷할 거예요.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해야 되냐’는 질문들을 하세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똑같은 걸 똑같은 사람들이 준비하면 똑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쨌든 기본 포맷은 아트페어기 때문에 180도 다를 수는 없어요. 다르고자 최대한, 집요하게 노력하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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