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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유사 ‘횡재세 도입’ 압박 타당하지 않다

입력 2024-05-01 14:48 | 신문게재 2024-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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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을 이룬 국내 정유사가 횡재세 도입 논란에 직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제안하면서 또 군불을 피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정유사들이 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민생 어려움을 돌보는 실질적인 조치로 고통을 분담하자는 게 압박의 요지다.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 실적 회복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사가 보유하는 석유제품 재고 가치가 상승했다. 봄 성수기 효과까지 더해졌다. 국제유가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정제 마진이 커진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렇게 국내 정유사들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영업이익이 신장된 것이 정책 변화에 따른 요행의 결과는 아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 초과분이더라도 말 그대로의 ‘횡재(橫財)’가 아님은 물론이다.

정치권에서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거의 연례적으로 재점화된 횡재세 논의는 일면 그럴싸하다. 하지만 적자 땐 나 몰라라 하더니 흑자를 내니 알은체를 하며 이른바 횡재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 그러려면 유가가 하락하거나 정제마진이 줄면 보상해줘야 할 것이다. 비근한 예로 작년 실적 부진과 손실에는 왜 침묵했나. 상생기금 등 업계 팔을 비트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방식이다. 2중, 3중 구조의 중과세에 한 가지 세금을 더 얹겠다는 발상을 뒷받침할 초과이윤의 근거가 약하다. 재정조달 목적의 부담금 부과는 위헌적 요소마저 있다.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춘다며 선악의 개념처럼 접근할 일은 아니다.

일시적 외부 요인으로 이익이 급등했다고 해서, 혹은 천재지변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해서, 아니면 수익의 우연성 기준에서 과세하기 시작하면 이런 논란은 한정이 없을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 도입 선례가 있다 해도 원유 시추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주로 부과 대상이다. 사업 구조가 다르다. 원유를 직접 생산해 이럴 때 가만히 앉아 큰 수익을 내는 해외 사례와의 수평 비교는 타당하지 않다.

기업에 일방적인 책임이라도 있는 듯, 다수당의 힘으로 협박이라도 하는 모양새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란 뜻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와 경제 균형을 맞추는 고도의 설계 없이 불쑥 던져졌다. 자본은 과도한 이윤에 탐닉하는 악당이고 정치가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설정하는 그림이 횡재세 도입의 본질이 되면 안 된다. 에너지 산업이 역대급 실적을 낼 때마다 세금이나 부담금을 걷어 쓰자는 한국형 횡재론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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