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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상은 '클린 디젤'편… 평생 바친 꿈 포기는 없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한평생 '크린 디젤' 외골수, 재미동포 발명가 임준효 박사

입력 2017-02-27 07:00 | 신문게재 2017-02-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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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발명가 임준효 박사가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임준효 박사)

 

“클린 디젤을 포기하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도 살리는 ‘디젤차 후처리’ 특허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수조원이 투입되지만 ‘디젤차 후처리’ 특허 기술 하나면 수천억 원에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젤차 후처리 특허에 대한 전 세계 각국의 도입 여부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에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전 행정부와 트럼프 현 행정부가 180도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오바마가 디젤 대기오염 지수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디젤 자동차 생산에 제재를 가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업체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했던 제재 수위를 최대한 낮춰 기업 규제 해소에 좀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규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때문에 최근 세계 다수 국가에서 이미 논란이 해결된 디젤게이트가 국내에선 여전히 진행형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일부 고객들은 미국에 버금가는 보상을 요구하고, 검찰은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폭스바겐 그룹 고위 임원을 기소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클린 디젤’ 정책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한 평생 ‘클린 디젤’에 몸 바쳐 온 재미동포 발명가 임준효 박사다. 임 박사는 한국 정부가 수조원을 들여 ‘전기차’ 한 곳에만 집중 투자할게 아니라 ‘클린 디젤’ 기술 개발에도 분산 투자해 세금 낭비도 줄이고, 경제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지론이다.


◇‘클린 디젤’ 포기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미래는 없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최근 한국정부가 ‘클린(Clean Diesel)’ 억제 정책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을 예로 든다.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에 대해 미국은 소비자 피해 보상을 최대한으로 설정한 반면 국내에선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은 글로벌 대기업인 폭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한국정부가 부랴부랴 진행한 사업이 멀쩡한 ‘클린 디젤’ 사업을 외면한 채 어떻게든 디젤차량을 줄이고, 클린 디젤 사업을 축소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임 박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이 시장 규모와 국내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묻지마식 투자’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자동차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 ‘클린 디젤’을 포기하지 말라는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아무리 ‘디젤차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해도 현실은 디젤 차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판단에서다. 저렴한 가격에 연비까지 좋은 디젤 차량이 보급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벤츠·BMW·폭스바겐·아우디’가 주력 차종으로 내세우는 차종 모두 디젤이다. 이 같은 현실은 결국 임 박사가 주장하는 “디젤은 관리해야지, 차단하면 안 된다”는 소신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임 박사는 여전히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무리한 전기차 개발에 치중하기 보다 디젤을 쓰되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디젤 후처리 장치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디젤 후처리 장치를 권장만 할 게 아니라 아예 ‘의무화’해 현실에 맞는 디젤차량 관리에 나서달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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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범한 한국의 대학생, 자동차의 산실 ‘GM 디젤차’ 전문가가 되다.

임 박사는 1970년대 연세대 화학과 재학시절 ‘디젤 버스’와 제대로 마주쳤다. 당시 첨단 사양의 버스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뿜는 매연에 큰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임 박사는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제너럴모터스에서 일하게 된다. 그가 받은 임무는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수치를 줄이는 ‘클린 디젤’이다. 그때 임 박사는 몇 년의 악전고투 끝에 동료들과 세계 최초로 ‘DPF’기술을 발명했다. DPF 기술은 임 박사가 현재 특허를 따낸 클린 디젤 기술의 1호격이다. 그의 DPF기술은 물을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넣어 수증기로 만들고 이를 재연소해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식이다. 임 박사가 개발한 특허 기술과 현 업계가 클린 디젤을 구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업체들은 ‘요소·물·용액’을 사용하지만 임 박사 특허는 물을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넣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시 GM은 DPF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해당 기술을 탑재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사회적으로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후 임 박사는 GM을 떠나 1983년 IMET를 설립했다. 개인 발명가로서 DPF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자동차 산업에 적용하려는 도전이었다. 임 박사는 1992년 미국과 한국에서 DPF 2호 기술을 받았고, 1995년에는 서울시가 주체한 세계 최초 ‘Bus-DPF 의무화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그의 클린 디젤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실패는 있어도 ‘시련’은 없다.

하지만 임 박사의 도전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유공과 SK 등이 DPF 사업에 합류했으나 여전히 비용 투입과 대기오염 감소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디젤 경감 장치를 만들고도 번번히 해당 특허를 자동차에 도입하지 못하는 비운이 시작된다.

이후 그는 국내에만 매몰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미국과 독일 등에 DPF 기술을 수출하고, 이후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2차 특허기술을 획득했다.

특허 기술은 자동차 뿐 아니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 분야에도 도입 됐다.

올해 네덜란드 업체와 상선 계약을 맺어 DPF 기술을 장착하는 등 다방면에 클린 디젤 도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임 박사는 포기를 모른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클린 디젤 기술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동안 그보다 진일보한 그의 DPF 기술이 외면당하는 것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가 가진 열정과 DPF 특허 기술을 인정해줄 곳이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그런 차원에서 임 박사는 우리 정부의 자동차 시책이 한번 더 달라지길 기대한다. 국내 완성차 생산에 ‘클린 디젤’을 의무화 해 반드시 임 박사의 DPF 특허가 아니더라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자동차 산업을 육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 박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클린 디젤 의무화 기준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전히 개인의 특허기술에 기회를 주지 않는 업계 풍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임 박사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는 “성서에 ‘물가에 있는 나무’라는 글귀가 있는데, ‘때를 기다리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기쁨이 온다’는 뜻을 갖고 있다”며 “클린 디젤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평생 바친 ‘클린 디젤’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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