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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청각사란 직업에 귀가 번쩍… 소리 선물하며 살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덴마크보청기 광교대리점 송재범 원장

입력 2017-04-17 07:00 | 신문게재 2017-04-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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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건설사에서 근무하다 청각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송재범 덴마크보청기 광교대리점 원장.(사진=양윤모 기자)

 

“난청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잘 들을 수 있는 기쁨과 난청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소외돼 사시지 않도록 잘 듣고, 새로운 삶을 살 수있는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송재범 덴마크보청기 광교대리점 청각사)

대기업 건설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송재범(54) 원장. 건설사 사업관리팀장을 지낸 그의 직함은 이제 ‘청각사’다.

청각사는 사람마다 다른 정도의 난청을 진단해 각자에게 알맞는 가격, 성능, 모델 등의 보청기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보청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난청을 해소할 수 있게끔 보청기 채널을 맞춰주고 사후 서비스까지 책임진다.


◇건설맨으로 20년, 제2의 인생을 찾다

그는 20대 후반 대기업 건설사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20년이 넘게 한 직장만 다녀왔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회사에서 사업관리팀장의 직책을 맡아 나름 업무에 대한 성취감과 자기계발도 열심히 진행하면서 직장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 삶의 보람에 대한 갈증도 생기게 됐죠.”

그에게도 낯설었던 이 분야를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하게된 계기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우연한 기회에 공군학사장교 선배를 통해 청각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됐고,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선배가 운영하는 난청센터를 수시로 방문하며 견문을 더욱 넓히게 됐고,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갈증 해소와 난청으로 잘 안 들려 고생하시는 분들을 잘 듣게 해드리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죠.”

은퇴를 앞두고 제2의 직업을 정한 그는 회사를 명예퇴직한 직후 부지런히 움직였다.

청각사가 되기 위해 대한이비인후과협회와 대한청각협회에서 진행하는 3개월의 연수를 거쳤고, 이후 시험에 합격해 정식 청각사 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로써 그는 다니던 회사를 명퇴한 후 곧바로 새로운 직(職)인 청각사를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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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범 덴마크보청기 광교대리점 원장.(사진=양윤모 기자)

 

◇보청기에 대한 거부감? 이제는 100세시대의 동반자!

오랜 시간을 보내온 건설분야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 직업을 택한 송원장은 청각사 시험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의 평균기대수명은 남성이 84세, 여성은 90세를 넘을 전망이라고 해요. 하지만 인간은 60세를 전후로 청력 저하가 심해지고, 난청으로 인해 타인과의 대화와 TV시청 등에서 어려움을 겪죠. 가족간의 대화도 어려울 정도인 고도난청의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나 증가하고, 치매의 확률도 5배나 높아진다’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기대 수명은 늘어가지만 난청으로 인해 은퇴 후 20~30년동안 다른 사람과 단절된 생활로 건강한 삶의 질을 위협받게 되는 것 이다.

은퇴를 앞둔 그는 공부를 통해 난청은 단순히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하는 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접하게 됐다.

“은퇴를 앞둔 시기에 저도 요즘이 100세시대이니 남은 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까 많은 고민을 했죠. 보청기를 하면 나이 들어 보인다거나 하는 막연한 거부감(Stigma Effect)도 있죠. 저 자신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못 들어서 받는 스트레스가 보청기를 사용하는 거부감보다 훨씬 큰 것을 알게 됐어요. 보청기는 이제 길어진 인생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듣는 즐거움을 찾아줄 것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난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도왔고 큰 보람도 얻었다고 한다.

“청각장애 수준의 난청을 갖고 있어 가족과의 대화는 물론 TV 시청도 포기한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셨던 70대의 한 아버님이 제가 추천해 드린 보청기를 통해 청력을 되찾으셨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르신께서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 고맙다’라고 말씀하실 때 정말로 이분들께 도움이 됐구나 싶었죠. 내가 원했던 삶의 보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송 원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세상은 넓고 다양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은 제한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게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살게 됩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우리는 직(職)이라고 합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이 직에 더 열정을 쏟을 생각이에요. 제가 열심히 할수록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들이 난청으로 인해 소외되지 않고 즐겁게 사는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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