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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이 말 한 마디] 슴슴하지만 정겹게 나에게 보내는 응원 ‘힘내라! 신태경’…뮤지컬 ‘첫사랑’

입력 2022-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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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HO쁘띠_Musical

 

“힘내라! 신태경.”

과거의 그가 앞으로 겪을 사랑과 슬픔 등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내가 보내는 응원. 기억이 지워져가는 50대 사진작가 신태경(윤영석·조순창, 이하 관람배우 우선 순)은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갓 스물의 신태경(김지훈·변희상)에게 이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를 이 응원의 한 마디로도 뮤지컬 ‘첫사랑’은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김효근 작곡가의 동명가곡을 모티프로 한 ‘첫사랑’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스메르쟈코프’ ‘세자전’, 연극 ‘초선의원’ 등으로 호흡을 맞춘 오세혁 작·연출과 이진욱 작곡가·음악감독의 콤비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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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첫사랑’ 공연장면(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마포문화재단이 한국 가곡을 소재로 넘버를 꾸린 뮤지컬 ‘첫사랑’은 김효근 작곡가의 동명 가곡을 비롯해 ‘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사랑의 꿈’ ‘내 영혼 바람되어’ ‘가장 아름다운 노래’ ‘기도’ ‘천년의 약속’ ‘가을의 노래’ ‘그리움’ 등이 넘버로 변주된다.

그 이야기는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모든 클리셰(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이나 표현)로 점철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청춘, 너무 이른 이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지금의 주인공과 스무살 주인공의 조우….

이처럼 어디서 본 듯한 설정과 이야기는 자칫 진부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가곡’이라는 소재는 훌륭한 변별점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어쩌면 진부하지만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순수하고 찬란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뮤지컬 ‘첫사랑’의 묘미는 단연 가곡을 변주한 음악이다.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익숙한 멜로디와 시적이면서도 애틋한 가사, 한국어의 말맛을 살린 운율만으로도 탁월한 음악은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 곡을 뮤지컬 넘버로 탈바꿈시킨 전적(?)을 가진 이진욱 음악감독의 손에서 한층 맛깔스러워진다.

더불어 주연 배우들의 적절한 강약조절, 가곡의 맛을 끌어올리는 앙상블 배우들의 활약, 타임워프의 판타지스러움과 사라져가는 기억을 표현하는 듯한 어슴푸레한 조명 등이 힘을 보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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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첫사랑’ 공연장면(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그래서 뮤지컬 치고는 적은 넘버 수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지나치게 올드하게 표현된 지금 50대, 판타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위한 장치처럼 보이는 실커튼의 제대로 된 활용 등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졸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재밌게 봐졌어요. 가곡처럼.”

누군가의 관람평처럼 다소 졸릴지도 모를, 자극적인 면이라곤 전혀 없는 이야기에 몰입도와 보고 듣는 재미를 부여하는 연출, 넘버와 음악은 슴슴하면서도 정겨우며 뜻밖의 ‘힐링’을 선사한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고 기댈 어깨가 돼주는 우리 가곡처럼. 모두가 스스로에게 보내고 싶은 응원처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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